최태원 SK 회장 “AI 주도권 잡으려면 기본기부터”
2025 SK ‘CEO 세미나’ 폐회사 “잘 만들어졌는지 보다 잘 작동하는지 봐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OI(운영개선)를 지속 추진해 AI(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의 비즈니스 본질을 AI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5 CEO세미나’를 열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관계사 CEO와 임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폐회사에서 “OI가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국은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OI를 하려면 회사의 프로세스가 ‘잘 만들어졌는가’보다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AI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라며 “지난 5~10년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OI를 잘해야 그 위에 AI를 쌓을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고민했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도메인 지식’(본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도메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AI만 도입해서는 일이 풀리지 않는다”며 “본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 SK의 전략적 방향 중 하나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SK는 단순히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며 “멤버사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와의 개방적 연대를 강화해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AI 시대의 사업 전략, 그룹의 AI 전환 방향, 각 사별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강화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CEO들은 향후 각 사의 AI 추진 성과와 과제를 공유·점검해 그룹 전체의 실행력과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다.
또 회사의 기본과 원칙을 다지기 위한 차원에서 안전·보건·환경(SHE), 정보보안, 준법경영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경영진들은 그룹 차원의 SHE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과제를 점검하고, 각 사의 정보보안 수준 향상을 위한 개선책을 공유했다. 특히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해 준법경영 수준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은 OI를 통해 단순한 재무구조 안정화를 넘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AI 대전환기에 빠르고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국가경제와 이해관계자에게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