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업계, 와이드 TC 본딩 도입 추진···HBM5 적용 전망

고적층 방식 대신 D램 다이 가로 면적 늘려 대역폭↑ 한미반도체, 내년말 와이드 TC 본더 출시 목표 한화세미텍 장비 라인업에는 아직 포함 안 돼

2025-11-09     고명훈 기자
 한미반도체의 와이드 TC 본더 / 사진=한미반도체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차세대 HBM 생산에 ‘와이드 TC 본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와이드 TC 본딩은 D램 적층에 쓰이던 기존 TC 본딩을 HBM 공정에 맞춰 확장·변형한 기술이다.

업계에선 D램 다이 사이즈를 확대한 ‘와이드 HBM’의 형태로 칩 개발이 이어짐에 따라, 20단 이상 고단층 HBM 제조에 적용될 예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반도체 장비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내년말 주요 고객사 공급을 목표로 HBM 제조용 와이드 TC 본더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HBM 제조사에 TC 본더를 납품하고 있는 회사다.

TC 본더는 D램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열과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다이와 다이의 접합을 도와주는 장비다. HBM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확대하기 위해 층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16단 이상 고단층 제품부턴 기존 TC 본더로는 열과 압력의 기술적 한계가 지적돼왔다. 이에 업계에선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장비를 개발 중이다.

최근엔 적층 수를 높이는 대신 D램 다이의 가로 면적을 넓혀서 용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전해진다. D램 사이즈가 커지면 기기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을 많이 차지한단 단점이 있지만, 입출력(I/O) 수와 실리콘관통전극(TSV) 수를 늘리고, D램 다이와 인터포저 기판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범프 수도 늘릴 수 있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단 설명이다. 고적층 방식 대비 열 관리도 쉽고 전력 효율도 개선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기업들 전반적으로 HBM 스택 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옆으로 넓혀서 용량을 늘리고 속도를 높이자는 기조로 변하고 있다”며, “장비업체들도 고객사로부터 이런 개념으로 와이드 TC 본더 개발을 요구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TC 본더에서 한단계 변형된 형태다 보니 기술 난이도는 그리 높지는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HBM5(7세대) 제품부터 와이드 TC 본더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단 이상 제품부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브리드 본더의 도입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선(와이어)이나 범프 없이 칩과 절연체를 직접 접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간에 어떤 연결 매개체도 없기에 집적도가 높고 전체 패키지 크기도 더 간소화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당초 메모리업계에선 16단 제품부턴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R&D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공정 비용이 높고 기술 난이도가 어려워 당장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것에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와이드 TC 본딩 도입이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의 지연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반도체의 경쟁사인 한화세미텍은 올해 처음 TC 본더를 주요 거래선에 납품한 데 이어 차세대 HBM 제조용 플럭스리스 본더와 하이브리드 본더 또한 준비 중이지만, 와이드 TC 본더는 장비 라인업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같은 주요 HBM 제조사가 와이드 TC 본더를 실제 양산에도 도입할지가 관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게 나온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가 늦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와이드 TC 본더에 플럭스리스 본딩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했다고 밝혔음. 플럭스리스 본딩은 칩을 붙이는 과정에 필요한 ‘플럭스(Flux)’라는 소재를 뺀 형태로, 공정 단순화, 잔여물 제거, 칩 크기 감소 등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기 전 중간단계의 기술로 주목받는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플럭스리스 본더도 이미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며, 와이드 TC 본더는 고객사 입장에서 장비 하나를 또 구매했을 때 비용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옵션으로 넣을 수 있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