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주가 8년 만에 최고···원전株 수혜 누리나

2017년 4월 이후 처음 주가 4만6000원 돌파 흑자 경영 유지,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 호재도 전력 수요 급증, 원전 사업 성과 기대감 커져 증권가 “원전 가치 구조적 재평가 이뤄질 것”

2025-11-07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최근 원자력 관련 종목으로 주목받으며 8년여 만에 최고 수준의 주가를 기록했다. 한전의 원자력 사업이 한미 협력 강화, 데이터센터 증설 등 최근 급부상한 호재와 맞물려 기업 가치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4만6100원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한국전력공사의 주가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 자료=한국거래소

당일 장중 4만68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4월 5일 4만6100원을 기록한 후 8년 7개월여만에 4만6000원을 돌파했다. 기관 투자자 219억원, 외국인 268억원씩 순매수해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전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으로 최근 경영실적을 개선한 점이 꼽힌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8조3650억원을 기록해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전기 요금을 물가 상승 추세에 맞춰 현실화한단 취지로 2023년 이후 4차례 인상해 수익을 늘린 한편 석유, 가스 등 연료의 가격이 안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전은 지난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2조5496억원) 대비 131%나 증가한 5조889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 본사. / 사진=한국전력공사

◇ ‘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 확충 붐

한전의 원자력 발전 사업에 대한 업계 내 ‘장밋빛 전망’이 주가 상승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한전은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원전)를 10기 수출한단 정부 국정과제에 발맞춰 원전 수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전력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현지 에너지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엔 원전을 작년 9월 원전 4호기를 본격 가동하는 등 협력하고 있다. 이외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중인 사우디, 베트남, 이집트, 체코 등 국가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확대에 발맞춰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있는 점도 한전에 호재로 여겨진다. 데이터센터는 정보기술(IT) 서비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처리, 저장, 공유하는 시설이다. 삼성, SK,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이 현재 국내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추진 중이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인프라 구축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인용한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서비스 구동에 같은 형식의 일반 IT 서비스보다 최대 10배 많은 데이터가 처리된다. 한전이 국내 전력 공급을 전담하는 가운데 원전을 활용한 전력 대규모 공급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센터 확충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전력이 실적을 꾸준히 개선함에 따라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점도 투자자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 4년 만에 주당 213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했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한국전력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66.5%나 증가한 13조927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이 UAE 원자력공사(ENEC)과 합작 설립한 UAE 원전 운영사(Nawah Energy)를 통해 아부다비 바라카에서 가동 중인 UAE 바라카 원전. / 사진=한국전력공사

◇ 증권사들, 한전 주가 연계 상품 잇달아 출시

한국전력 입장에선 사업 전망이 밝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등 우호적 여건 속에서 배당까지 실시해 기업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주당 순자산 대비 주가 비율(PER)은 0.5배로 평가 기준인 1보다 낮아 기업가치를 저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배당을 위해 원자력 뿐 아니라 수소, 신재생 에너지 등 분야별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겠단 명분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도 올해 한전의 성장성과 투자 수익성에 주목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10개월여 기간 한전 주식을 전년 동기(2520억원) 대비 11.7% 증가한 281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30일 ‘국내 우량 기업 지분 확대’ 목적으로 한전 주식을 향후 3년간 1326만6742주(2.07%) 추가 취득하기 위한 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1812억원을 들여 지분 1.02%를 취득해 지난 상반기말 기준 현재 7.86% 보유 중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과 그 자회사들이 향후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잠재력이 드러나고 있다”며 “향후 실적 개선과 원전 가치의 구조적 재평가가 전망돼 2016년 이후 9년간의 주가 하락에서 벗어나 실적과 가치의 성장판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도 한전 성장세를 고려해 한전 주가에 연계한 파생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K증권(48억원), 대신증권(200억원), 현대차증권(60억원), NH투자증권(30억원, 삼성전자 보통주 포함) 등 증권사들이 한국전력 보통주와 연계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투자자를 모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