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AI 거품론, 폭락 전조일까 건전한 증시 조정인가

마이클 버리 숏포지션 공개에 AI거품론 글로벌 증시 급속 확산 닷컴버블 우려 지속 제기됐지만 일시적 조정 후 반등 이어가

2025-11-05     이승용 기자
/ 그래픽=챗GPT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AI(인공지능) 거품론이 다시 확산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자 AI 거품론을 둘러싼 논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3년부터 2년 이상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AI 테마를 놓고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의 재현이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AI는 실체가 있으며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AI거품론이 오히려 증시의 건전한 조정 역할을 해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또다시 증시 뒤흔든 AI 거품론

5일 국내외 증시를 급락시킨 AI 거품론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4일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인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점 논란이 빠르게 확산한 영향이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의무적으로 분기별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야 하는 13F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지난 3분기에 팔란티어 풋옵션 500만 계약과 엔비디아 풋옵션 100만 계약을 신규 매수했다.

풋옵션은 특정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포지션 가치는 각각 약 9억1200만달러와 1억8600만달러 규모로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 전체 13억8000만달러 포트폴리오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말 2년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우리는 종종 버블을 목격한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팔란티어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팔란티어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사상 최고치인 11억8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주당순이익은 21센트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처럼 믿기지 않는 고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확산했고 팔란티어 주가는 7.95% 하락한 190.70달러에 마감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CNBC에 직접 출연해 팔란티어에 대한 공매도 투자자들을 비난하며 팔란티어의 고성장을 장담했다. 하지만 오히려 팔란티어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업들의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에 대한 투매가 발생했다.

최근 증시에 AI 거품론이 제기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9월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받아 다시 엔비디아로부터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적자기업인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다시 엔비디아의 제품을 산다는 계약에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AI 산업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후 최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 CEO들도 증시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AI 거품론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마이클 버리의 포트폴리오 공개를 계기로 이 같은 우려가 단숨에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4일(현지시간) CNBC에 직접 출연해 팔란티어 공매도와 AI거품론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캡처=CNBC 유튜브

◇ 닷컴버블 재현 vs 건전한 증시 조정

AI 거품론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에 비유되고 있다. 당시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IT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결국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았고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최근 AI 거품론의 근거도 비슷하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수익구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AI거품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대부분의 IT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했지만 최근 AI와 관련해서는 수익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장 업무 곳곳에서 AI기술이 실제 적용되면서 생산성 향상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발달로 직원을 줄이고 있다. 아마존은 1만4000명을 해고했고 메타도 직원 600명을 감원했다.

AI거품론이 주기적으로 증시에 건전한 조정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2년 동안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증시가 조정을 보이고 난 이후에 다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을 누르는 일련의 이슈들은 11월을 지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12월부터 양적 긴축(QT)이 종료된다는 점도 금융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