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 ‘일양약품’ 단독대표, 경영위기 돌파할 수 있을까

김동연 대표 사임, 정유석 대표 단독경영···증선위 발표 후속조치 과징금 통보 부재, 사외감사 선임 진행···담당 임원 이미 퇴사 내달 기업심사위, 주식거래 결정···일양약품, 자료 준비

2025-10-20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김동연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단독으로 일양약품 경영을 맡은 정유석 대표가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일양약품 공동대표로 활동해왔던 김동연 대표가 최근 사임했다. 일양약품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공동대표 규정도 폐지했다. 이에 기존 대표 중 오너 3세인 정유석 대표만 남았다. 앞서 정 대표는 2023년 김동연 부회장과 공동대표에 올랐었다. 1976년생인 그는 일양약품 창업주 고 정형식 명예회장 손자이자 정도언 회장 장남이다. 2011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 관여해왔으며 2012년 해외사업·마케팅 본부장을 맡았다. 2018년 부사장, 2023년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 대표 지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4.23%로 정 회장 21.84%에 이어 개인 2대 주주로 파악된다. 김 대표 사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중순 일양약품이 종속회사가 아닌 중국법인을 연결 대상에 포함했다는 혐의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분석된다. 이번에 단독대표를 맡은 정유석 사장은 일양약품이 직면한 경영위기를 돌파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능력과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

우선 금융위 산하 증선위는 일양약품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3년 간 감사인 지정, 공동 대표이사 2인 및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와 6개월 직무정지, 검찰 통보 등 조치를 결정했다. 과징금 부과의 경우 현재까지 공식 통보가 없었다는 것이 일양약품 입장이다.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원회가 확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감사인은 사외감사를 지칭하는 것인데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해임 권고는 공동대표 2인에 대한 것이며 6개월 직무정지는 담당 임원에 해당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담당 임원은 이미 퇴사했으며 공동대표 중 1인은 사임한 상황이다. 검찰 통보는 구체적으로 파악된 내용이 없다고 회사는 밝혔다. 

또 다른 현안은 지난달 중순 정지된 주식거래 재개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일양약품 주식거래 재개 여부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11월 6일 개최되는 기업심사위가 일양약품 매매거래정지 여부나 기간 등을 결정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현재 일양약품은 전사적으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에 제출할 서류나 자료를 준비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일양약품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차적으로 일양약품에 시급한 것은 주식거래 재개”라며 “각 부서별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자료를 정리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당초 일양약품이 중국에 설립한 합작법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와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다. 일양약품은 그동안 통화일양과 양주일양에 대한 지배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두 법인 실적을 포함,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지배력의 현실적 근거는 수치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통화일양은 일양약품이 지분 45.9%를, 정도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9.4%를 보유했다. 양주일양의 경우 일양 지분은 52%였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일양약품은 정 회장이 통화일양과 양주일양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아 온 점 등을 언급하며 지배력이 있었다고 판단한 상황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증선위는 일양약품이 종속회사가 아닌 회사를 연결 대상에 포함시켜 재무제표를 부풀렸다는 의견을 제기했다”라며 “지배력이 없는 업체를 종속회사에 포함시켜 실적을 부풀렸는지 또는 수치에 따라 종속회사로 하고 진행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는 지 여부는 기업심사위가 판단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정 대표는 경영위기에 흔들리는 임직원 사기 진작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소식통은 “최근 한 달 사이 변동은 확인이 어렵지만 일양약품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 655명에서 올 상반기 66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라며 “670여명 직원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향후 긍정적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올들어 일부 중견 제약사들이 경영위기를 맞은 가운데 일양약품이 최근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다음 달 초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