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온스당 4000달러 시대···은·비트코인까지 상승세
美 셧다운·정치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확대 전문가 “금 온스당 5000달러 도전 가능성”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셧다운 장기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각국 정치 불안이 맞물리며 금이 ‘안전자산’을 넘어 적극적 투자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과 비트코인까지 급등하며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비(非)화폐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1.7% 오른 온스당 4070.5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사상 처음 4000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금 현물가격도 4050달러를 넘어서며 4000달러대에 안착했다.
◇ 셧다운·트럼프 리스크···“올해 5000달러 간다”
금값은 거시경제 불안과 정치 리스크가 겹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무역 전쟁 재점화, 연준(Fed) 압박, 재정적자 확대 등이 시장 불안을 키웠고 중동 분쟁·우크라이나 전쟁·프랑스 정치 혼란 등이 겹치며 안전한 피난처를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 ETF(상장지수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64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유입액만 173억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지난해 2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4%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조정 신호가 없어 금값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탠다드차터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을 의미 있게 되돌릴 촉매 요인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중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온스당 5000달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금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등 국내에서 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81만9000원까지 올라 80만원 선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금 한 돈 매입 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50만원대였다. 지난달엔 70만원대로 오르더니 약 한 달 만에 80만원 초반대까지 치솟았다.
◇ 은값 동반 급등···14년 만 최고치 경신
은값도 치솟고 있다. 이날 은 현물은 온스당 49.39달러에 거래됐고, 장중에는 49.57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은 안전자산 수요뿐 아니라 산업계 수요까지 겹치며 ‘이중 수혜’를 받고 있다. 태양광 패널, 반도체, 전기차, 5G 인프라, 의료기기 등에서 사용되며 공급 대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 스페이스 2.0은 “은값은 안전자산 투자 흐름, 금리 및 달러 등 유리한 거시경제 여건, 견조한 산업 소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 가격이 단기적으로 온스당 5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비트코인까지 불붙은 상승세
가상 자산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위험자산인 미국 주식과 안전자산인 금이 최근 모두 최고가 랠리를 이어왔지만 비트코인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이 시들해지면서 주춤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날 가상 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1억77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1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불과 보름 만에 10% 넘게 오른 것이다.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탈(脫) 달러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