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항암제 진화···바이오 업계, 차세대 기술 개발
ADC 항암 신약 글로벌 투자 확대 CDMO부터 플랫폼 개발 등 다변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기술 개발 범위도 다각화되고 있다. 여러 타깃을 동시에 공격하는 이중·다중항체 ADC부터 SC 제형 개발, 플랫폼 기술 등 기업별 전문 분야와 접목한 맞춤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이 기존 항체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암 세포만을 정밀 타깃하는 ADC 항암 신약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부터 국내 대기업까지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한 AD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신약 개발 기업뿐만 아니라 CDMO(위탁개발생산), SC 제형 변환, 신약 플랫폼 개발사들도 ADC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와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결합하는 기술이다. 표적세포 타겟 능력을 갖춘 항체, 항암 효과를 지닌 약물 페이로드, 항체와 약물을 결합시키는 링커로 구성된다. 페이로드를 표적 암세포에 전달해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ADC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각 기업별 ADC 관련 기술 개발이 고도화되면서 여러 사업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다중항체 ADC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단일 항체 → 다중항체 ADC 연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요 사업인 위탁개발생산(CDMO) 경험 및 노하우를 발판 삼아 ADC 생산에 돌입한다. 지난 1월 리가켐바이오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양사는 올해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오는 11월 신설 자회사를 통해 ADC 이중항체 플랫폼과 펩타이드 관련 기술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타겟 질환에 적용 가능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은 여러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ADC 신약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 방광암 치료제 ‘CT-P71’, CT-P73 등 3건, 다중항체 신약 ‘CT-P72’에 대해 올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완료할 예정이다. CT-P70의 경우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IND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ADC 신약 2건과 다중항체 신약 2건, 오는 2027년에 ADC 신약 3건, 2028년에 ADC 신약 1건과 다중항체 신약 1건 등 총 13종에 대한 IND 제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항체 신약 전문기업 이비엘바이오는 자회사인 미국 네옥 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ABL206 및 ABL209의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등도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 ADC 의약품에 SC 제형 변환 기술 접목
알테오젠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 ‘ALT-B4’를 활용해 정맥 투여 ADC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ADC 의약품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 기술에 대해 PCT(국제특허협력조약) 출원을 완료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이번에 출원한 특허는 피하주사로 전환하고, ADC의 혈중 농도를 조절해 안전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ADC 시장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ADC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가 출시 5년 만에 수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에서 8년 만에 10배로 성장해 2023년 약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됐다. 2028년까지 280억달러(약 3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술 개발 범위도 ADC 신약을 넘어 효능을 더 증강시키거나 투약 편의성을 개선, ADC 항체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라며 “ADC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 기회가 늘어날 수 있고 시장이 아직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차세대 기술을 내세우면 시장 선점이 가능해 각 기업별 전문 분야와 접목한 ADC 기술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1세대 ADC는 표적 선택성 부족, 제한된 약물·링커 기술, 독성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중항체·다중항체 ADC, Fc 변형 항체 개발,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개발 시도 등은 차세대 ADC 연구 붐의 기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