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색 바래진 교촌, 연이은 악재 잠재울 묘수는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 정무위 국감 증인 채택 순살치킨 가격은 유지하되 중량 줄여 여론 뭇매

2025-10-02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도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던 교촌에프앤비가 최근 연이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순살치킨 중량을 줄이며 꼼수 가격 인상에 이어 배달앱 가격 인상, 점주들과의 소송 등 논란을 빚으면서다.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교촌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교촌치킨 가맹점주와의 갈등, 중량 축소 문제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에 따른 보복조치로 가맹점 재계약을 거절한 건 등 때문이다.

교촌 허니시리즈. / 사진=교촌

교촌치킨은 최근 순살 주요 메뉴의 중량을 줄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교촌치킨은 간장순살, 레드순살 등 기존에 판매하던 순살치킨 4종의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200g 줄인 반면 소비자 판매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마라레드순살과 허니갈릭순살 등 신메뉴 10종은 500g으로 출시됐다.

그간 교촌은 순살 메뉴를 닭다리살로만 만들었지만 중량을 줄이면서 닭가슴살도 혼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닭가슴살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다는 점에서, 교촌은 사실상 중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교촌은 소스를 붓으로 바르는 방식을 고수해왔지만 간장순살 등 일부 메뉴는 양념을 버무리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바꿨다.

특히 교촌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공식적으로 고지하지 않아 꼼수 가격 비판을 받게 됐다. 교촌치킨이 별도 사전 안내나 공지 없이 변경하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비자 기만’이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교촌이 치킨 업계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과 정부가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올리지 않고 중량 축소 등을 통해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을 도입했단 관측도 나온다.

교촌에프앤비 둘러싼 논란들. / 표=김은실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교촌은 일부 가맹점주들과 마찰도 빚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서울 지역 다수 가맹점은 지난달 19일부터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 내 주요 메뉴 가격을 2000원씩 인상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판매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점을 내세워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했다. 본사가 권장소비자가를 내세워 판매 가격을 정하는 것이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다만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맹본사가 모든 점포에 대해 자율가격제(배달 전용 가격)를 실시하라고 일괄 통보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권장할 수 있지만 강제적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배달 전용 가격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만 및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촌은 이같은 논란을 돌파할 카드로 글로벌 전략을 내세웠다. 교촌에프앤비는 상장 당시에도 상권 맞춤형 매장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교촌은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는 제2 성장을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면서 “2025년까지 총 25개국에 진출하고,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송종화 대표는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 K-프랜차이즈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받았다. 국내에선 허니 시리즈 등 히트작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현재 교촌은 미국과 중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서 8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올 상반기 매출 2507억원, 영업익 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올해 교촌 매출은 전년 대비 7.5% 오른 5170억원, 영업익은 177% 오른 42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 대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북미 시장은 미국 직영 1호점 리뉴얼을 완료하고 다크키친 모델 등 혁신적 점포로 효율화를 꾀하겠다”면서 “중국·대만·동남아 등 MF(마스터프랜차이즈) 기반 진출국에서는 지속적인 출점으로 규모 경제를 실현하면서 기존 점포의 품질 관리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교촌은 국내 3대 치킨 사업자 중에서 가장 높은 매장당 매출액을 기록 중”이라며 “해외사업은 현지법인을 세우고 맛의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직영·가맹점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매장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점하면 신규 브랜드 효과, 프리미엄 가격 등으로 국내 대비 매장당 매출이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의 사업 모델”이라며 “미국에서 교촌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