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20억 내고 30억 번다”···반포·서초 ‘로또 청약’ 출격

분양가 상한제 최고가 경신···트리니원·아크로드 출격 분양가 8000만원대지만 인근 시세와 최대 30억 차익 대출 한도 6억 제한···현금 20억 이상 있어야 도전 가능

2025-10-05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반포와 서초에서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초고가 분양이 동시에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3.3㎡당 8000만원대지만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20억~30억원 차익이 기대된다. 현금 20억 이상을 갖춘 수요자들만 뛰어들 수 있는 ‘현금 부자 청약전’이 예고되고 있다.

◇ 상한제 최고가 경신한 ‘래미안 트리니원’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일반분양가는 3.3㎡당 8484만원으로 확정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 가운데 역대 최고 금액이다. 지난해 강남구 ‘청담르엘’이 기록한 7209만원을 크게 넘어섰다.

이번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지단달 기본형 건축비를 3.2% 올렸다. 조합은 이를 반영하기 위해 분양가 심의 일정을 7월에서 9월로 미뤘다. 결국 상한제 규제를 적용받으면서도 사실상 최고가 수준까지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투시도. / 사진=삼성물산

래미안 트리니원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단지다.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 456가구, 84㎡ 50가구 등 50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분양가는 높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수십억원의 차익이 가능하다. 트리니원 전용 84㎡ 예상 분양가는 약 28억원이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동일 면적이 지난 6월 72억원에 거래됐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30억원, 많게는 4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 서초권 마지막 대형 재건축 ‘아크로드서초’

반포와 함께 주목받는 곳은 서초동 ‘아크로드서초’다. 분양가는 3.3㎡당 7814만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신청가는 7940만원에 달했으나 최종 심의에서 일부 조정됐다. 그럼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아크로드서초는 신동아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최고 39층, 16개 동, 1161가구 규모다. 이 중 일반분양은 56가구에 불과하다. 서초권 ‘독수리 5형제’ 재건축의 마지막 단지라는 상징성과 함께 삼성물산 브랜드 파워로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 서초동 ‘아크로드서초’ 투시도. / 사진=DL이앤씨

전용 84㎡ 예상 분양가는 약 25억원 수준이다. 최근 청담 르엘 동일 면적 입주권이 61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20억원 안팎의 차익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희소성은 크지만, 시세차익 측면에서는 트리니원보다 낮게 평가된다.

◇ “현금 없으면 그림의 떡”

두 단지 모두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연내 일반분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권 대형 단지가 같은 시기에 공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강남권 분양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자금이다. 현행 규제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이다. 트리니원 전용 84㎡ 분양가가 약 2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2억원은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크로드서초 역시 분양가가 25억원 수준이어서 현금만 19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잔금을 치르는 방식도 사실상 차단됐다. 정부가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 전세대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해 잔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졌다.

결국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자체가 높지만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실수요와 투자 수요 모두 몰릴 것”이라면서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 일정이 짧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수요자는 청약 참여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 강남 분양 시장 ‘연말 대전’

시장에서는 이번 두 단지의 동시 분양이 강남권 분양 시장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본다. 연초 송파 ‘잠실 르엘’이 1순위 평균 631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는 시세차익 규모가 훨씬 큰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취지는 분양가 안정인데,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만 접근할 수 있는 초고가 분양의 당첨 잭팟이 되고 있다”며 “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