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신 삼성?”···성수1지구 재입찰 판도 ‘흔들’

3파전 무산 뒤 재입찰 착수···삼성 참여 여부 주목 서울시 실태 점검, 입찰 지연·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2025-10-01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혼전 양상이다. 당초 기대됐던 현대·GS·HDC 3파전은 무산됐고, 조합은 삼성물산을 불러들이며 새 판을 짜고 있다. 그러나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으로 서울시가 실태 점검에 나서면서 사업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 조합, 주요 건설사와 릴레이 면담…재입찰 착수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다시 추진하기 위한 재입찰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주요 건설사와 릴레이 면담을 진행했다. 오전 GS건설, 오후 현대건설·HDC현산,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입찰지침 완화 방향을 설명하고, 건설사 요구사항을 들었다. 이달 중으로 재입찰 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성수1지구는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첫 입찰을 진행했다. 당초 GS건설·현대건설·HDC현산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대건설·HDC현산이 조합의 입찰지침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다며 반발했다. 결국 두 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GS건설 단독 구도로 굳어졌다.

조합이 내놓은 지침에는 ▲조합원 전 세대 로열층 배정 등 제안 금지 ▲조합원 이주비는 개별 담보가치 범위 내에서만 제안 가능 ▲대안 설계 등 추가 아이디어 제안 금지 등 이례적인 조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1지구 위치도. / 이미지=시사저널e DB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가 제안할 수 있는 경쟁력과 시공 능력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수정을 요청했지만 조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쟁입찰이 무산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조합은 기존 입찰을 취소하고 재입찰에 나섰다. 기존 입찰지침도 완화하기로 했다.

◇ 삼성물산 등장…“판도 바꿀 변수”

재입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물산이 등장한 점이다. 당초 삼성물산은 성수2~4지구에 무게를 두고 성수1지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합이 직접 러브콜을 보내면서 재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성수1지구를 따낼 경우 성수2~4지구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HDC현산 불참을 염두에 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두 회사가 공정성 논란을 이유로 참여에 소극적인 가운데 삼성물산이 가세하면 수주전은 곧장 GS건설과의 2파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참여 여부가 판도를 가를 수 있다”며 “다만 조합이 추진 중인 입찰지침 완화 수준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실제 입찰 구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예고한 조합 실태 점검도 변수로 꼽힌다.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성동구청은 지난달 24일 서울시에 조합 운영 실태 점검을 공식 요청했고, 서울시는 일정 확정 뒤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3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삼성물산이 참여해 GS건설과 2파전이 성사되는 경우 브랜드 신뢰도와 제안 조건이 표심을 가를 전망이다. 반대로 삼성물산이 불참하면 GS건설 단독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조합원 반발로 사업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현재 조합 내부에서는 단독 입찰에 반발해 조합장 해임 요구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아울러 서울시 실태 점검 결과에 따라 입찰 절차가 지연되거나 원점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성수1지구, 사업성·입지 모두 갖춘 ‘대장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1지구는 사업성과 입지를 모두 갖춘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개발 면적만 19만4398㎡로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가장 넓다. 재개발을 통해 최고 65층 높이, 301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만 2000가구를 넘을 전망이다. 공사비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입지 여건도 뛰어나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내에서 서울숲과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가장 가깝다. 트리마제 바로 옆에 위치해 갤러리아포레·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과 거대한 주거 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1지구의 사업성과 입지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한강변과 서울숲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드문 입지 여건으로 압구정·반포 등 강남권과 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평당 2억원대 분양가 논의가 현실화되는 만큼, 초고가 시장의 수요 흡수력과 시공사 선정 지연에 따른 사업 차질이 동시에 변수”라며 “결국 삼성물산 참여 여부와 서울시 실태 점검 결과가 성수1지구의 향후 위상을 가를 핵심 고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