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반토막”···전기차 대중화 발목 잡는 중고차 가격
전기차 중고차 감가율 41.8% 달해···내연기관 대비 2배 이상 매년 성능 개선한 신차 나오며 중고차 가치 하락···배터리 수명 문제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전기자동차 시대가 점차 열리고 있지만, 중고차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신차 판매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나오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지 4년여가 흐른 가운데, 중고차 감가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는 새로운 시장이었기 때문에 중고차 가격보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긴 충전 시간, 신차의 높은 가격 등이 문제가 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차 가격도 신차 구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다음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자산인 만큼,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중고차가 잘 팔리는 차량일수록 신차를 구매할 때도 부담이 덜해 또다시 신차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대비 감가율이 커, 신차 구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 따르면 주요 전기차 중고차 평균 감가율은 41.8%로 내연기관(18.5%)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식 기준으로 테슬라 모델3 중고차 평균 가격은 3766만원으로 신차 대비 감가율은 42.3%, 모델Y는 5244만원으로 감가율이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아이오닉5 중고차 가격은 3017만원으로 감가율 45.2%, 아이오닉6 중고차 값은 3297만원에 감가율 42.7%, 기아 EV6는 중고차 가격 3249만원에 감가율 42.8% 등으로 확인됐다.
즉 출시된지 약 3년여가 흐른 시점에서 중고차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에 비해 내연기관 모델의 경우 평균 감가율이 현저히 낮았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IG 감가율은 22.1%, 팰리세이드는 29.3%이며, 기아 쏘렌토 4세대는 14.5%, 더 뉴 레이는 16.4% 등으로 집계됐다. 제네시스 GV70과 GV80은 각각 10.6%, 11.5% 등으로 나타났다.
엔카닷컴 자료도 살펴보면 2022년식·주행거리 6만㎞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5(롱레인지 프레스트지)는 잔존가치가 53.41%,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47.82%, 모델Y 롱레인지는 49.89%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연기관(2020년식·주행거리 10만㎞ 기준)은 더 뉴 그랜저 IG 잔존가치는 58.38%, 아반떼는 69.54%, 더 뉴 싼타페 66.53%, 기아 쏘렌토 4세대는 70.54%, 카니발 4세대는 66.41% 등으로 전기차보다 잔존가치가 높았다.
잔존가치는 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중고차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 신기술·배터리 보증 등으로 중고차 가치 하락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매년 나오는 신차들과 구형 모델 간 성능 차이가 커서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기술 문제 등으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주행거리가 400㎞ 이상에 달하며 중고차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또한 전기차는 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데 비해, 배터리 성능 및 교체 비용 우려와 중고차 시장 내 잔존가치 불확실성, 급속 충전 인프라 격차 등으로 인해 2~3년이 지나도 빠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내연기관차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안정적이고, 수요층이 두터운 만큼 감가율도 평균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첫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와 카니발처럼 패밀리카 및 레저용차량(RV) 수요가 꾸준한 모델은 중고차 방어가 잘 되는 편”이라며 “향후 전기차 감가율은 배터리 보증제도와 충전 인프라 확충, 신차 공급 가격 조정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