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LG이노텍 대표 “2030년 신사업 매출 비중 25% 이상으로 확대”
모빌리티 센싱 2조원 포함 자율주행용 부품사업 5조원 목표 차량용 AP 모듈 출사표···전장부품,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LG이노텍이 미래 육성사업의 매출 비중을 2030년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전장부품 신사업을 확대해 같은 기간 자율주행용 부품 사업에서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 차량용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 2030년까지 신사업 규모를 8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단 계획이다.
30일 LG이노텍에 따르면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최근 사업장 현장경영에서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래 육성사업이 빠른 속도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래 신사업 비중을 2030년 전체 회사 매출의 25%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가장 큰 미래 자산인 고부가 원천기술과 글로벌 톱티어 고객들과 협력하며 체득해 온 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차별적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또 다른 일등 사업을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23년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직후 줄곧 미래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모바일 카메라 모듈 사업이 견인하던 회사의 급속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구체화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연구소장, 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광학솔루션 사업을 글로벌 1위로 키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단 평가다. CEO에 오르기 전 약 1년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하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문 대표를 중심으로 추진한 기판소재 및 전장부품 등 미래사업 발굴에 대한 노력이 최근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라이다(LiDAR) 사업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은 최근 글로벌 라이다 기술 선도 기업인 미국 아에바(Aeva)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라이다 사업을 본격화했다. 문 대표는 기존 차량 카메라만으로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요구하는 고도화된 센싱 기능 구현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라이다 사업화에 나섰다.
아에바를 통해 라이다 첫 공급이 가시화되면서 문 대표는 최근 라이다 사업담당을 광학솔루션산업부로 이관했다. 라이다 본격 생산을 앞두고 차량 카메라 모듈 생산 역량을 확보한 광학솔루션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LG이노텍은 아에바의 초슬림·초장거리 FMCW(주파수 변조 연속파) 고정형 라이다 모듈 공급사로 선정됐다. 아에바의 소프트웨어와 결합돼 글로벌 톱티어(Top-tier) 완성차 고객의 차량에 탑재될 예정으로, 제품의 양산 목표 시점은 오는 2028년이다.
레이더(Radar) 사업도 동시에 육성 중이다. LG이노텍은 이달 초 4D 이미징 레이더 전문기업인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LG이노텍의 지분율은 4.9%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비정형 어레이 안테나 설계 기술 등 레이더 관련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벤처 기업으로, LG이노텍은 이번 지분 투자로 차량용 4D 이미징 레이더, 초단거리 레이더(USRR) 등 고성능 레이더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LG이노텍은 이처럼 차량 카메라와 동시에 라이다·레이더 사업을 집중 육성해 미래 모빌리티 센싱 시장을 선도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지위를 확보한단 구상이다. 2030년까지 모빌리티 센싱 솔루션 사업을 2조원 규모로 키우고, 이를 포함한 AD/ADAS용 부품사업(센싱·통신·조명)을 5조원 규모로 육성한단 계획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로봇용 부품 사업도 올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지난 5월 로보틱스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로봇용 부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비전 센싱 모듈에서 인식된 시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35년 51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카메라 모듈뿐 아니라 반도체 기판, 관절 구동장치 등 각종 부품들이 탑재된다. 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한 LG이노텍은 로봇용 부품 시장 선점에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여러 글로벌 로봇 선도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로봇용 부품 시장 선도 입지를 빠르게 확보해 나간단 전략이다.
올 초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기존 전장부품사업을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확대했다.
차량용 AP 모듈은 차량 내부에 장착돼 ADAS, 디지털 콕핏과 같은 자동차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반도체 부품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전세계 차량에 탑재된 AP 모듈은 총 3300만개로, 2030년엔 1억 1300만개까지 매년 22%씩 늘어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차량용 AP 모듈과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필두로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한층 속도를 낸단 전략이다.
문 대표는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 및 로보틱스는 물론, 인공지능(AI)·우주·메디컬 분야까지 LG이노텍의 원천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새로운 기술의 S-커브(기술이 급성장 후 일상화를 거쳐 도태되는 일련의 변화 과정을 뜻하는 경영학 용어)를 만들 수 있는 고객과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고객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그려 나가는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 거듭나는 것이 LG이노텍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LG이노텍은 AD/ADAS용 부품 및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 로봇·드론·우주산업용 부품 등 신사업을 미래 육성사업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8조원 이상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