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생산적 금융' 정책 부응할까
KB, 기술신용대출서 1위 신한 넘어설까 위험 감수·기업 선별력 필요한 대출···생산적 금융 부합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맞춰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8조3448억원으로 올해 1월 말과 비교해 1682억원 감소했다. 이에 국민은행의 기술담보대출 규모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중 최하위를 계속 유지했다. 지난 2022년 3월 말엔 국민은행의 이 대출 잔액은 약 47조원에 달했다. 불과 2년 남짓한 사이에 2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1위인 신한은행 42조4881억원과 비교해도 약 12조원 크게 적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조5000억원가량 줄였지만 이는 건전성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미 시중은행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2위인 하나은행(34조1808억원)과 비교해도 8조원 넘게 많다.
기술신용대출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존의 대출 방식과 달리 지적재산권(IP), 기술력 등 기업의 무형 자산을 담보로 중소기업에 제공된다. 담보로 잡을 건물·토지는 없고 신용도도 낮지만 기술은 있는 중소기업은 일반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와 더 많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대출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인 ‘생산적 금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 자금이 가능성 있는 중소·벤처기업으로 대거 흘러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본규제를 개정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하는 것은 ‘위험 감수’와 ‘기업 선별 능력’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위험을 떠안더라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은행이 가진 높은 수준의 인력과 전문성을 활용하면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발견해 투자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단 설명이다. 기존엔 시중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더라도 부동산 담보가 있는 기업에 주로 대출을 내주려 했다. 이처럼 쉽게 영업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란 지적이다. 기술신용대출은 이러한 위험 감수와 기업 선별 능력이 모두 필요한 금융이다.
업계에선 국민은행의 업계 위치에 맞지 않는 성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연결 기준 총자산은 575조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핵심 자산인 원화대출금은 372조원으로 2위인 하나은행(333조원) 대비 40조원 가까이 많다. 은행의 주요 조달수단인 예수금 규모도 426조원(연결 기준)으로 앞도적 1위다. 국민은행이 최근 3년 간 순익에서 다른 은행에 밀려도 여전히 '리딩뱅크'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을 봐도 국민은행이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업계를 이끌어간다고 보기 어렵단 평가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잔액 자체는 국민은행이 약 148조5000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전체 원화대출금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그쳤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이 비중이 44%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45%로 1위였다.
최근 생산적 금융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KB가 아닌 신한이란 시각도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참여해 의견 제시해 화재가 됐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은행권의)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의 원인은 금융권에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인정하며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과 산업 분석 능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신한은 혁신 기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기술신용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면서 "국민은행도 지금보다 규모가 더 확대될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