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로봇株 질주···국내 증시 주도업종 등극하나
9월 들어 호재 이어지며 로봇 기업들 주가 일제히 급등 향후 옥석가리기 불가피 우려도···국내 로봇 ETF도 미흡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로봇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른바 ‘로봇주’들은 지난달 노란봉투법 통과 영향으로 반짝 급등했는데 이달 들어서도 이재명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 주 4.5일제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조·방·원(조선·방산·원전)에 이어 하반기에는 로봇주가 새로운 국내 증시 주도주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로봇株들의 무서운 질주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로봇주는 제닉스로보틱스로 108.82% 상승했다.
이어 현대무벡스(93.47%), 로보스타(60.29%), 나우로보틱스(53.27%) 등도 주가가 50% 이상 올랐고 티엑스알로보틱스(48.69%), 클로봇(45.77%), 로보로보(40.5%) 등도 주가가 40% 이상 상승했다.
휴림로봇(38.43%), 케이엔알시스템(34.25%), 이삭엔지니어링(33.96%), 하이젠알앤엠(29.17%), 에스비비테크(27.72%), 씨메스(25.11%), 로보티즈(23.32%) 등 주가가 10% 이상 오른 종목들도 20개가 넘었다.
국내 로봇주들은 지난달 25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산업용 로봇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 당시만 해도 곧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이달 들어서도 국내 로봇산업에 대한 호재들이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로봇업종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로봇 산업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고 최근에는 정부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입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로봇주가 다시 수혜주로 조명받았다.
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은 로봇 산업 성장의 수많은 계기 중 하나일 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봇 산업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이며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상 자동화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옥석가리기와 국내 로봇 ETF는 ‘미흡’
다만 최근 로봇주 급등은 묻지마 투자 열풍이기에 향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로보틱스 섹터 19개 기업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7개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현대무벡스, 클로봇, 씨메스 등 5개사에 그쳤다.
최승환 연구원은 “휴머노이드(레인보우로보틱스), 정밀 액추에이터(로보티즈), 물류 자동화(현대무벡스, 씨메스, 클로봇) 분야는 활발한 R&D 및 고객사 투자 확대에 힘입어 선방했지만 협동로봇(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전통 산업용 로봇은 경기 둔화,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CapEx 집행 등으로 실적이 매우 부진했다”며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로봇기업의 실적에 경기 사이클이 크게 반영되고 있고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주는 아직 소수”라고 분석했다.
국내 로봇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로봇 ETF들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 일본 로봇기업 종목을 편입한 ETF들이다. 국내 로봇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와 KB자산운용의 ‘RISE AI&로봇’ 등 2개에 불과하다.
KODEX 로봇액티브 ETF와 RISE AI&로봇 ETF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로봇기업들을 온전히 편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KODEX 로봇액티브의 경우 로보티즈(8.36%)와 레인보우로보틱스(7.57%), 두산로보틱스(6.84%), 뉴로메카(3.46%) 등을 편입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7.36%), NAVER(7.15%), 삼성전자(6.15%), KT(5.29%), 삼성에스디에스(5.13%), LG전자(4.40%) 등 로봇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종목들을 다수 편입하고 있다.
RISE AI&로봇의 경우 로보티즈(4.93%), 두산로보틱스(4.92%), 레인보우로보틱스(4.85%), 유일로보틱스(3.39%) 등을 편입하고 있다. 하지만 NAVER(6.44%), LG씨엔에스(5.58%), 루닛(5.09%) 등 에스오에스랩(4.18%), 현대오토에버(4.17%), 와이즈넛(3.96%) 등 AI 관련 국내 종목 편입비중도 절반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