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미니팹 2027년 5월 가동···소부장업계 의견 적극 수용”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 옆에 조성 소부장 기업들 신제품 검증 시설로 운영 “삼성·SK 본격 투자로 소부장 수요 확대될 것”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부에 구축 중인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 미니팹(트리니티 팹) 시설을 2027년 5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SK하이닉스의 1기 팹(공장) 옆에 조성된다.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으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의 양산 신뢰성을 반도체 제조사와 함께 검증하는 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 준공 맞춰서 운영 본격화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19일 양재에서 개최한 소부장미래포럼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니팹을 보고 많이 놀랐다. 8인치도 아니고 12인치로 만들고 있어서 정말 반갑고, 이런 것들이 우리 소부장 또는 팹리스 기업들의 숙원사업이고 앞으론 이를 어떻게 잘 운영해나가야 할지가 중요하다”며, “SK하이닉스가 미니팹 지분 51%를 갖고 있지만, 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소부장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 있고, 그 운영에 대해선 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의견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리니티 팹은 정부와 용인시, 경기도, 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약 1조원을 투자해 구축하는 연구시설로,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 간 동반성장 기반 조성을 취지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최신 공정·계측 장비 약 40대가 갖춰질 예정이며,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자체 시설 없이도 반도체 양산 팹과 같은 환경에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시설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가동 시점에 맞춰 조성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시의 건축 허가 승인을 받고 1기 팹 착공에 들어갔으며, 미니팹과 마찬가지로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1기 팹 외에도 총 4기의 공장을 순차 조성할 계획이며, 이들 생산시설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요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한단 방침이다.
최우혁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정책관(국장)은 “미니팹에선 소부장 개발 제품을 평가하고 실증·검증하고, 공정 전문가가 참여해서 컨설팅을 제공하고, 소부장 연계 연구개발(R&D)를 이루면서 현장형 반도체 인력 양성까지 이뤄질 것”이라며, “소자기업 팹 구축 일정에 맞춰 소부장 기업 약 200개사의 입주와 생산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최소한 정부 때문에 프로젝트가 늦어진다는 소리 듣지 않도록 산업부 내 반도체 클러스터 팀을 별도로 두고 있고 관계 부처 협력하에 인허가 처리를 진행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가 본격화하는 시점이 되면 소부장 기업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반도체 소재·장비 외산 의존도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세에도 국내 소부장업계에선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핵심 장비와 소재에 대해선 국내 기업들의 외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별 반도체 장비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은 2.6%에 머물고 있다. 증착, 후공정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노광, 식각 등 고부가장비에선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소재의 경우도 불화수소, 감광액(PR) 등 자립화에선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소재에선 일본이 여전히 시장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최 국장은 “우리 정부와 수요기업, 소부장업계가 자립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장비 국산화율은 10~20%, 소재는 30~40% 정도 진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사실 십수년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은 수치다.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산업에선 약 70% 정도 소부장 국산화를 이루고 있어 굉장히 대비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소부장 산업이 높은 기술 장벽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대중 첨단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가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주로 수출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받고 있단 점도 현재 소부장 기업들이 어려운 사업환경에 처한 이유로 지목됐다.
문 차관은 “이제는 중국 문제인 것 같다. 그간 20년 동안 중국 때문에 먹고 살았고, 지금은 중국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우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해결방안 중 하나 역시 중국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지금의 G2 경제전쟁이 1~2년 안에 끝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확실하게 이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진출, 중국 내 생산 등 관련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같이 협의해서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