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콜마 부회장 “K-뷰티의 과제는 ‘충성도 높은 브랜드’ 만들기”
윤 부회장, 아마존 뷰티 인 서울서 발표 콜마 관점에서 K-뷰티 성공사례 소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직 한국에는 에스티로더나 라메르, 랑콤같은 브랜드가 없다. ‘충성도가 매우 높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K-뷰티가 집중해야할 부분이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19일 ‘아마존 뷰티 인 서울 2025’에 참석해 <K-뷰티 화장품 브랜드의 성공, 화장품 제조업자 콜마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K-뷰티 대표적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으로서, K-뷰티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K-뷰티 성공 사례는 ‘조선미녀·달바·실리콘투’
K-뷰티는 2007년 로드숍과 드럭스토어를 중심으로 가성비를 내세워 성공 발판을 마련했다. 2000년대 초반과 달리 현재 K-뷰티는 K-팝 열풍, 과거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현지화를 일구고, 한국 화장품 전문 유통기업들이 등장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조선미녀’와 ‘달바’, ‘실리콘투’를 꼽았다. 콜마는 실리콘투와 달바의 초기 투자자다. 윤 부회장은 “현재 K-뷰티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조선미녀라고 볼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쓰는 브랜드명도 ‘뷰티 오브 조선’으로 한국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콜마는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을 제조했다. 한국산 쌀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하는 특수 기술과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했다. 그는 “기존 미국에 없던 백탁현상이나 기초화장품 수준의 선크림이 출시된 것”이라며 “아마존 선크림 부문서 조선미녀 제품은 1위”라고 말했다. 또 “달바는 한국 화장품이라는 느낌은 없지만 한국 고객 경험을 가장 글로벌로 성공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윤 부회장은 “인디브랜드나 뷰티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질문을 자주하는데, 반상연 달바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니 하루종일 제품 고객 댓글을 본다고 했다”면서 “고객의 피드백이 중요하고, 다음 개발 단계에 있어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프로모션에도 고객 피드백을 100%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투는 해외 K-뷰티의 쿠팡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투는 당초 반도체 유통 기업이지만 유통 플랫폼으로서 비슷한 사업으로 진출하고자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실리콘투는 지난 2020년 매출 994억원에서 올해 1조62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콜마의 4가지 비즈니스 모델 소개
콜마는 크게 ▲프로덕트 디자인 단계 ▲연구개발 ▲생산 ▲물류 유통 등 4가지 단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은 “브랜드 콘셉트와 제품을 디자인하고 최근엔 마케팅 전략이나 메시지도 직접 만들고 있다”면서 “어떤 제품이든 고객사든 ‘자체 처방 개발’을 고수하며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을 생산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인데, 콜마는 일부 용기도 직접 생산하고 있고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 캐나다에서 동일한 시스템, 처방으로 품질을 만들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OEM 제조 관점에서 K-뷰티 브랜드의 성공 필수 조건은 ▲화장품 소비자에 대한 이해 ▲화장품 제품에 대한 이해 ▲화장품 산업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분석했다.
콜마에 따르면 화장품은 공산품이고 가격, 제품,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화장품은 식품과 같이 유통기한이 있고 의약품처럼 기대효능이 있다. 또 화장품을 소비함에 있어 정체성과 과시욕도 연결되며 사회 변화에 따른 트렌드 변화도 민감하다.
그는 “화장품 소비자, 특히 ‘한국 화장품 소비자’는 굉장히 까다롭다. 소비자들은 언제든 브랜드를 옮길 수 있고 마케팅 영역에서도 1+1로 판매하면 언제든 구매하던 제품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블록버스터 화장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부회장은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닥터지, 동국제약의 마데카크림을 거론하며 “연간 300만개 이상 소비돼야 반복적인 구매가 있다고 보는데, 처음부터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면서 “BTS도 앨범을 두 세 번 거치면서 세계적읜 수준의 그룹으로 성공했듯, 화장품도 1세대에서 4세대정도 단계를 거쳐야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헀다.
◇로레알과 코티, 구다이글로벌의 브랜드 확장
이날 윤 부회장은 로레알과 코티(COTY), 구다이글로벌을 예시로 들며, 브랜드 확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예컨대 로레알의 경우 첫 사업 시작 단계에선 두 개 브랜드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인 브랜드 인수를 거쳤다.
그는 “로레알도 처음엔 블록버스터 제품을 만들고 라인업을 확장하며 세계적인 기업이 됐지만 현재 높은 매출을 내는 에스티로더, 어반디케이 모두 인수한 브랜드”라면서 “최근에도 로레알은 3CE, 닥터지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유통망에 태워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티는 구찌나 버버리, 티파니앤코 등의 화장품, 향수를 통해,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와 스킨푸드, 라운드랩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피알 역시 뷰티 디바이스에서 화장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K-뷰티가 성공했고 성공사례도 많지만 하이앤드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직 없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있다고 보기도 애매하다”면서 “K-뷰티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충성도 높은 브랜드를 발굴해야 하고, 이것이 앞으로 K-뷰티가 가장 집중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