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반기 4만명 뽑는다···AI·반도체·방산 인재 결집

SK·현대차·LG·포스코·한화 등 채용 계획 잇단 발표 삼성 5년간 6만명·현대차 올해 7200명 신규 채용 정부 청년 고용 주문에 대기업 일제히 호응

2025-09-19     정용석 기자
/ 사진=챗GPT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들이 하반기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린다. 7개 그룹의 계획만 합쳐도 4만명 규모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함께 전동화·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핵심 사업을 겨냥한 인재 확보 전략이 맞물려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 동안 6만명, 연간 1만2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반도체·바이오·AI 중심으로 채용을 집중하고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정기 공채 제도를 유지한다. 이번에 밝힌 채용 규모는 기존보다 20%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720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 1만명으로 확대한다.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인력이 핵심이다. 청년 인턴십도 내년 800명으로 늘린다. SK그룹은 상·하반기 각각 4000명씩 총 8000명을 선발한다. AI·반도체·디지털전환(DT) 분야가 중심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신설을 앞두고 대규모 채용을 이어간다.

LG그룹은 향후 3년간 1만명을 채용한다. 신입사원만 7000명에 달한다. AI·바이오·클린테크와 함께 배터리·전장·냉난방공조 등 B2B 사업군을 강화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채용을 당초 26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렸고 향후 5년간 1만5000명을 새로 뽑는다. 안전·AI·R&D 분야에 무게를 둔다.

한화그룹은 올해 채용 규모를 5600명으로 확정했다. 상반기 2100명에서 하반기 3500명으로 크게 늘린다. 특히 방산을 축으로 한 고용이 두드러진다. 방산 부문에서만 연간 약 2500명을 선발해 글로벌 수주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 계열사도 700여명을 뽑아 사업 전반의 고른 확장을 꾀한다.

HD현대는 올해 1500명을 새로 선발한다. 숫자 자체는 삼성·현대차 등과 비교해 적지만, 장기 계획이 돋보인다. 2029년까지 19개 계열사에서 총 1만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조선·건설기계·에너지 등 전통 주력사업은 물론, 친환경 선박·디지털 스마트 솔루션·수소·바이오 등 신사업 R&D 인력이 채용의 중심축이다. 단기 채용에 그치지 않고 ‘신규 인력-산학 인턴-R&D 인재 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왜 지금 사람을 뽑나

기업들의 결정은 단순한 일자리 확대 차원이 아니다. 전동화·SDV로 무게중심이 바뀐 자동차, 생성형 AI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수요, 지정학 위기 속에 커진 방산 수주, 탄소중립 압박을 받은 클린테크·바이오 분야는 모두 ‘사람’이 성패를 좌우하는 영역이다. 설비와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재 선점이 곧 시장 점유율과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주문도 채용 확대를 자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업이 청년 고용난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재계는 “청년 고용 확대 없이는 기업 경쟁력도 흔들린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정책 신호와 산업계 수요가 맞물리며 ‘3만명 채용’이라는 공동 선언이 나온 셈이다.

완성차·조선·철강은 고용유발계수가 높아 협력사와 지역경제에도 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배터리 클러스터는 지역 대학·특성화고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방산과 에너지 분야 대형 프로젝트는 공사·운영 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고금리, 관세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 늘어난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AI·SDV 등 특정 직군 쏠림에 따른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을지는 과제다. 공채·수시·인턴이 뒤섞인 체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도 숙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