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과 대웅·한올, 高난이도 안구건조증藥 개발 도전
글로벌·국내 제약사 임상 고충···발병 원인 다양, 환자 240만 종근당, 개량신약 3상 준비···10년간 루센티스 복제약 등 성과 대웅·한올, 세 번째 신약 3상···셔머테스트 1차 평가지표 설정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난이도 높은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종근당과 대웅제약·한올바이오파마가 임상 3상에 도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눈물 분비가 줄어들거나 눈물이 많이 분비되더라도 그 성분에 변화가 생겨 안구 건조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지칭한다. 통상 눈물이 지나치게 빨리 증발하거나, 눈물 양이 적은 경우, 눈물막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한다. 나이가 들거나 눈물을 분비하는 데 관여하는 눈 구조물에 염증, 외상 등 손상이 생겨도 발생한다. 이처럼 발병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효능 평가를 위한 지표 설정과 효능 입증이 어렵다는 업계 지적이다. 1차 지표로 필요한 환자 설문도 주관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시험에 골치를 앓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그동안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다 실패하거나 중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40만여명 등 안구건조증 환자가 일정 규모로 추산돼 제약업계 관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꾸준하게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종근당과 대웅제약·한올바이오파마가 대표적 사례로 파악된다.
우선 종근당은 최근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CKD-356’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주목받았다. 국내 19세 이상 성인 2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임상은 4주간 해당 약물을 양쪽 눈에 점안, 각막 염색 검사 점수 변화량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임상은 오는 2027년 6월까지 2년간 진행될 방침이다. 종근당에 따르면 CKD-356은 자료제출의약품이다. 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나 염기, 제형 따위 변화로 안전성, 유효성 심사가 필요해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개량신약과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량신약은 의약품 용법, 용량, 제형, 구조변경, 복합, 용도 등을 제제학적 연구를 통해 변경시켜 여러 강점을 가지도록 만든 약물을 지칭한다.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하지 않은 CKD-356은 3상 착수를 준비 중인 상태다.
지난 2015년 안과사업부를 신설한 종근당은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주’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루센비에스주10mg’을 2023년 1월 출시하는 등 기존 안과 시장을 노크해왔다. 단, 당초 경영진 기대보다는 다소 낮은 매출을 기록하며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도 이같은 흐름의 하나로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과나 비뇨의학과 등 일부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중견 제약사들이 강세를 보여 상위권 업체는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종근당이 사업부 신설 10년을 맞아 안구건조증 개량신약 임상을 개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그동안 안구건조증 치료제 신약후보물질 ‘HL036’ 임상 3상에 두 차례 실패한 바 있다. 2020년 1월 발표된 첫 번째 임상 3상과 2023년 5월 공개된 3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을 포기하지 않은 두 제약사는 지난해 5월 세 번째 임상 3상을 개시해 현재 진행 중이다. ‘탄파너셉트(성분명)’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번 임상은 참가 환자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매일 2회씩 12주간 시험약과 대조약(탄파너셉트 0.25%, 1.0%)을 투약한 후 베이스라인 8주 대비 눈물 분비량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임상 주 평가지표는 두 번째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기록한 ‘셔머테스트’다. 안구건조증 환자에서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인 셔머테스트는 눈꺼풀 밑에 3cm 가량 종이를 걸쳐 5분 간 적셔진 종이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두 업체는 두 번째 임상에서 1차 평가지표 ‘각막중앙부손상개선’과 ‘안구건조감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반면 2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셔머테스트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사후 분석 결과에서 10mm 이상 개선을 보인 환자반응률(탄파너셉트 13%, 위약 4%)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첫 번째 3상에서 동일한 환자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군 사후 분석에서도 유의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두 제약사는 강세를 보였던 셔머테스트를 1차 평가지표로 설정, 세 번째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첫 번째와 두 번째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던 1차 평가지표에 변화를 주면서 세 번째 임상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강점과 약점을 분석,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 임상시험을 설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업체는 HL036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발표는 2026년으로 예정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 개발이 어느 정도 어려운지를 증명하는 사례가 HL036”라며 “이번 3상이 국내 다른 제약사 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