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노조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로 지배구조 개선해야”
네이버 최인혁 전 COO 복귀 두고 이해진 독단적 결정 지적 카카오 잦은 분사·합병도 비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양대 포털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 노동조합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을 주장하며 거버넌스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네이버의 전직 임원 복귀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카카오의 잦은 분사·합병에 따른 주주 부담 전가가 IT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9일 박주민·오기형·김남근·김현정·신장식·이용우·차규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카카오지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본시장 신뢰를 흔드는 IT 거버넌스, 네이버·카카오를 말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세윤 네이버 노동조합 위원장은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인한 구성원 사망 사건 당시 책임자였던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 사태에서 드러난 네이버 거버넌스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조사에서부터 복귀 과정 전반에 걸쳐 경영진을 규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단 주장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5월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해당 부문의 초대 대표에 네이버 창립 멤버이자 이해진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 전 COO를 선임했다. 인도, 스페인 등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확장하고 헬스케어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단 취지다. 최 전 COO는 2021년 직원 A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촉발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의 책임을 지고 COO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해당 인사는 사실상 4년여 만의 공식 복귀다.
오 위원장은 “복귀에 앞서 최 전 COO의 재심의 요청, 사내 감사조직을 동원한 해명 자료 작성과 설명회 개최 등의 과정 이사회 및 사내 규정과 절차에 없는 전례 없는 행위로 이사회가 관계 법령과 운영 규정에서 정하는 이사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며 “특히 내부 고발에 따르면 이사 일부가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당시 이사회 의장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함으로써 네이버 이사회가 얼마나 독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네이버는 이사회와 거버넌스의 자정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선 다수 주주와 국민연금, 사회의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며 “AI 강국을 이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자의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구성원과 주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에서도 참석해 회사가 잦은 분사·매각, 조직 재편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기업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계열사의 인수·합병과 분사 과정이 짧은 기간에 번복되거나 불안정하게 운영됐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이 가중됐단 것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위원장은 “대규모 인수, 합병, 분사 사태에서 보여주는 의사결정과 지배구조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주주총회 특별 결의, 반대 주주의 주식 매수청구권 보장과 같은 주주의결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기업 변동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영향평가 의무화와 노동조합 의견 수렴 보장 등이 필요하다. 카카오의 의사결정 구조는 경영진 스톡옵션에 의한 레버리지 효과로 단기 이익에만 치우쳐, 경영진은 장기적인 회사 성장을 고려하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재무적인 이익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원 보수와 관련해 “기업 지배구조에서 임원 보상은 단순한 급여 문제가 아니라, 성과와 책임, 주주가치, 사회적 신뢰와 직결되는 지배구조 핵심 사안”이라며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제는 시장 논리만이 아니라 이용자·노동자·투자자 모두의 관점에서 책임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 노조는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세이온페이' 제도, 임원이 법규를 위반하면 보수를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 장기 성과 기반 보상 구조, 임원 보수 정책과 총액 공개 등을 제안했다.
전문가들도 양대 포털 기업의 문제점은 최고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 및 이사회의 견제 실패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겸 변호사는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의장의 친정 체제 강화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책임이 있는 최인혁 전 COO의 복귀를 막지 못한 원인”이라며 “카카오는 등기이사도 아닌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소수 경영진에게 집중된 보상, 무리한 인수 합병 등 경영실패의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가 이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상 방법은 주주총회 밖에 없다. 결국 네이버·카카오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