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 ESS 대형 프로젝트 수주···북미 시장 본격 진출
북미 1GWh 계약 체결, 최대 2조원 규모로 확대 가능성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전환해 ESS 현지 생산 가속화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SK온이 미국에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따내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 국면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의존하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ESS로 확장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SK온은 4일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Flatiron Energy Development)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202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공급한다.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를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또한 SK온은 플랫아이언이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ROFO)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공급 규모는 최대 7.2GWh, 금액으로는 약 2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떼어내 ESS 전용 라인으로 전환,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기존 전기차 라인을 재배치해 ESS 생산에 최적화된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북미 고객사 수요 변화에 적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공급되는 제품은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고전압 모듈 설계와 모듈 단위 확장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용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열 확산 차단 장치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진단 시스템으로 안전성도 강화했다.
SK온은 지난해 12월 ESS 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계약은 조직 개편 이후 거둔 첫 대형 성과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은 “첨단 배터리 기술과 현지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북미 ESS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플랫아이언 측도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예정된 복수의 프로젝트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플랫아이언은 2021년 설립된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사로, 부지 확보부터 설계·시공·운영까지 ESS 사업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사모펀드 헐 스트리트 에너지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북미 전력망 탈탄소화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