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갈등, 왜 ‘SM엔터 시세조종’이 끼어들었나
고려아연 원아시아 투자 두고 “자금줄” vs “단순 LP” 공방 카카오 임원 최고 15년 징역 구형···영풍, 검찰 고발로 압박 경영권 분쟁 속 전략적 활용 해석···수사 착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내 비철금속 업계 양대 축인 영풍과 고려아연의 지배권 분쟁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시세조종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순한 경영권 갈등이 형사 리스크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양 사태가 본격적으로 연결된 것은 2023년 2월16일 SM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돌파하며 급등한 시점이었다. 이날 오후 한 ‘기타 법인’이 약 850억원을 들여 지분을 대거 매입하자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를 단숨에 넘어섰고, 결국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이 ‘기타 법인’의 정체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드러났다.
◇카카오 임원 최고 15년 구형, 사건 무게감 더해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손잡은 카카오가 장내 매집을 통해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판단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검찰은 이를 “전형적인 자본시장 질서 교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사건으로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이 구형됐고,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는 12년,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는 9년이 구형됐다. 카카오 최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고 중형이 요청된 만큼, 단순한 경영 현안이 아닌 중대한 범죄로 무게가 실린 사건이 됐다.
문제는 SM 주가 매집에 동원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고려아연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운용한 펀드 ‘하바나 1호’의 출자금 90% 이상을 댔다. 최윤범 회장이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와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의혹은 더 커졌다.
고려아연 측은 “단순 출자자(LP)일 뿐, 투자 운용은 전적으로 원아시아가 맡았다”며 개별 투자처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공소사실에도 고려아연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영풍은 자금이 사실상 ‘시세조종의 원천’이 됐다며 최윤범 회장의 인지 가능성을 집요하게 문제 삼고 있다.
영풍은 이러한 문제 제기를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화했다. 원아시아 대표와 최 회장의 개인적 친분까지 언급하며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정황을 부각했고, 올해 들어서는 펀드 청산 정황까지 공개하며 검찰 고발로 수위를 높였다. 고발장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영풍은 “경영진의 무분별한 투자가 회사 가치를 훼손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려아연 “정당한 재무적 투자” 반박···고발 이후 수사 진척 없어
고려아연은 영풍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잉여자금 운용에 불과하며, 모든 절차도 관련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직접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없고, 실제 투자와 집행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맡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일부 펀드 투자로 이미 수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며 영풍이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해 경영권 분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인위적으로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 야욕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구설을 만들고, 이를 다시 여론전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검찰 수사와 재판이 카카오와 원아시아를 상대로 진행 중이며, 최 회장과 고려아연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영풍·MBK가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사실뿐이다. 고발 이후 검찰이 최윤범 회장이나 고려아연 경영진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고발이 실제 수사로 이어질 경우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형사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어 향후 수사 방향이 주목된다. 투자 절차의 적정성뿐 아니라 최 회장의 인지 여부 등도 형사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