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핏, 뇌질환 AI 수익성 돌파구···해외서 찾는 이유

AI 기반 뇌질환 진단·치료 플랫폼···글로벌 검증 시험대 국내 의료 AI 시장 한계 명확, 해외 파트너십 ‘활로’

2025-09-02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뉴로핏이 뇌질환 의료 AI(인공지능) 솔루션의 내수 공급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를 체감하자 해외로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신규 파트너 및 병의원 공급 범위를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위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을 올해 말까지 30%대로 높여 내후년 턴어라운드 노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AI 영상 진단업체 뉴로핏이 자체 솔루션들에 대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 진단과 치료 보조 솔루션으로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규제와 수익화의 벽에 막혀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뉴로핏은 해외 매출 확대에 주력해 질적 성장도 동시에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2016년 3월 설립된 뉴로핏은 AI 기술 기반의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치료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뇌신경 퇴화 MRI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인 ‘뉴로핏 아쿠아(Neurophet AQUA)’, PET 영상 정량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스케일 펫(Neurophet SCALE PET)’ 등이 있다. 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맞춰 뉴로핏은 ‘뉴로핏 아쿠아 AD(Neurophet AQUA AD)’도 개발했다.

뉴로핏 상품별 매출 추이./ 표=김은실 디자이너

◇ 매년 손실 확대···공모자금 활용해 해외 시장 개척

뉴로핏의 재무 실적을 보면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뉴로핏 아쿠아와 아쿠아 AD, 뉴로핏 스케일 펫, 이미징 CRO 서비스 크게 네 부문에서 매출이 고루 늘어났다. 2022년 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2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턱없이 높은 점은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올해 반기 기준 229.6%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와 2023년에는 각각 306.9%, 453.6%에 육박했다. 영업손실은 2022년 86억원에서 2023년 117억6400만원, 2024년 146억4000만원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올해 2분기까지 집계된 손실은 약 80억원이다. 

매출 대부분이 내수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앞서 2023년 뉴로핏의 매출(15억6000만원)에서 내수 비중은 98%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해외 비중을 약 18%로 늘렸다. 올해는 하반기까지 목표 매출을 50억원 이상으로 잡고 해외 비중을 30%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150억원 이상 중 해외 매출을 과반수로 늘려 2027년엔 흑자 전환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진출에는 공모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최근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 주요 제품 아시아 공급, 이미징 CRO 협업 확대

일본의 경우 최근 일본 도쿄도 건강 장수 의료센터의 부소장이자 도쿄대학교병원의 이와타 아츠시 박사를 과학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일본 시장 진출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화 방향에 대해 의료 및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자문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뉴로핏 관계자는 “뉴로핏 아쿠아와 뉴로핏 스케일 펫은 지난해 일본의학방사선학회(JRS)부터 AI 소프트웨어로 등록되어 가산 수가를 적용 받았다”며 “현재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일본 의료기기 및 의약품 공급 전문업체 호쿠야쿠 다케야마 홀딩스와 공격적으로 일본 전역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및 싱가포르 종합병원(Singapore General Hospital, SGH)과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영상 정량 분석 소프트웨어인 뉴로핏 스케일 펫 공급 계약 체결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국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제조사 베이징 라도 테크놀로지와도 뉴로핏 스케일 펫에 대한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미징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분야 사업에서도 빅파마 협업을 확대하기 위한 세부 전략들을 세우고 있다.  

뉴로핏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립대 및 종합병원과 뉴로핏 스케일 펫 공급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라며 “추후 추가적인 솔루션 공급 계약 체결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의료AI 사업 내수 시장 한계점 대두

국내 의료AI 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양적 성장을 이뤄지며 덩치를 키웠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모두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의료AI 솔루션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병원 도입이 쉽지 않다. 또한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병원 내 활용 가이드라인이 미비해 확산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내수 중심의 사업을 늘리기보단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루닛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암 진단 보조 솔루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고, 뷰노는 유럽 의료기기 규정(CE) 인증을 기반으로 뇌질환 솔루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의료 시장은 인프라와 환자 규모가 글로벌 시장 대비 작아 기술력에 핵심이 되는 대규모 데이터 축적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또한 건강보험 중심의 진료 체계로 인해 기술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고, 실제 수익 모델을 만들기 힘든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혁신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흑자전환을 목표 중인 기업 대다수는 해외로 눈을 돌려 더 빠르게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임상 및 규제 기관에서 신뢰를 얻으면 국내 병의원에서 솔루션 활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장점도 명확해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