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응한다”···농협생명, 전 금감원 국장 사내이사 영입

황성관 사내이사, 금감원서 30년 경력 '보험전문가' 새 금융수장 임명 맞춰 관 출신 이사도 교체한듯 이찬진 금감원장, '소비자보호' 방점···보험사 대응 '분주'

2025-09-02     유길연 기자
황성관 농협생명 사내이사 겸 상근감사위원. / 사진=농협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농협생명이 최근 황성관 전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국장을 사내이사 겸 상근감사위원으로 임명했다. 새 금융당국 수장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보호 등 규제가 강화될 것을 대비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농협생명은 두 곳의 사내이사 자리 중 한 자리는 금융당국 출신에 맡기는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황 이사는 지난 1991년 보험감독원에서 경력을 시작한 보험 전문가다. 1999년엔 보험감독원을 비롯해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네 기관이 통합돼 출범한 금융감독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손해보험검사국 총괄부국장, 손해보험국장 등을 맡았다. 2018~2020년에는 금감원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도 역임했다. 

농협생명은  그간 사내이사 두 자리 가운데 하나는 대표이사가 맡고, 나머지는 관 출신 인사가 맡았다. 올해 6월까지는 농협생명의 사내이사 겸 상근감사위원은 이종욱 전 금감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이 지냈다. 그는 2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당국 수장도 교체된 만큼 새로운 관(官)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이사는 경영 사안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통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황 이사는 회사 감사 업무를 총괄하며 경영 전반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에 대한 감독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와 달리 사내이사는 실무에도 참여한다. 더불어 농협생명은 이사회 내에 당국 출신과 법률가에게 각각 한 자리를 맡기는 체제도 유지했다. 사외이사를 맡은 박창제 법무법인 삼현 대표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부상판사 출신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관 출신 인물을 영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올해 6월 말 기준 네 곳의 사외이사 자리에 모두 관료 출신 인물이 차지했다. 더구나 이사회가 아닌 회사 조직 내 임원 자리에 관 인사를 배치해 회사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경향도 보인다. 현대해상은 최근 이창욱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을 수석전문위원으로 선임했다. 

이같은 인사를 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엔 새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제가 잇달아 가해졌다. 그 결과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는 크게 출렁였다. 일부 회사는 기존에 작성했던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일도 발생했다.     

보험사들은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특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원장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그는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 시절엔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 수준이 상대적으로 약했단 평가가 있기에 보험사들은 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상근감사를 맡은 황 이사와 내부통제위원인 박 이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생명은 농협 조직 특성 상 금융업 경험이 없는 지역 농협 조합장 출신이 이사회에서 내부통제위원을 맡고 있다. 자칫 불완전판매 문제에 휘말리면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인물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보험 전문가인 황 이사와 법률 전문가인 박 이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더불어 최근 농협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보장성 보험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체결 금액은 12조7600억원으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보다 약 3조5000억원 더 많았다. 불완전판매로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규제로 보험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은 만큼 당분간 당국 출신이 보험사 이사회에 진출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