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로봇 사업 진출···“글로벌 고객 비중 40% 목표 고정”
로봇 사업, 액추에이터로 시작해 센서·제어기로 확대 추진 차량용 반도체 국내 생태계 발전 주도···SDV 표준화 플랫폼 개발 2027년까지 매출액 연평균 8% 신장, 영업이익률 5~6% 목표 올해 배당 총 규모, 작년 5425억원 수준 유지···자사주 소각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사업에 합류한다.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단 비전을 달성한단 포부 아래 로봇, 반도체 등 분야별 사업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현대모비스는 2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개최하고 향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현장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 평가사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현장에 참석해 회사 비전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선도적인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며, 글로벌 고객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단 목표를 내놓았다.
◇ 로봇 사업 확장 추진···시스템·전력 반도체 ‘투트랙’ 전략
현대모비스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로보틱스, 반도체 분야를 지목하고 핵심 역량을 조기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인베스트 데이에서 로보틱스 사업 분야 중 하나인 액추에이터의 시장 진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조향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액추에이터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기로 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다. 모터, 감속기, 제어부로 구성된 점에서 차량의 전자식 조향 장치와 유사하다. 최근 로봇 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된 액추에이터는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액추에이터 분야를 시작으로 센서와 제어기, 로봇 손(핸드그리퍼) 등 영역으로 로보틱스 사업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전개 중인 로보틱스 사업에서 관련 핵심 부품에 관한 역량 내재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시스템 반도체, 전력 반도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추진한단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제어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통신용 시스템 온 칩(SoC)’과 함께, 배터리 안정화에 필요한 ‘배터리 모니터링 반도체(BMIC)’를 자체 설계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전력 반도체도 자체 설계하고 양산한단 방침이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 구동시스템의 성능과 원가를 결정짓는 요소다. 현대모비스는 전력 반도체의 독자 설계 역량을 확보해, 고객들이 요구하는 차세대 구동 시스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에어백용 반도체, 모터 제어,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전원용 등 반도체 16종을 자체 개발해 위탁 양산을 맡겼다. 현재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11종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의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내달 하순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역량 강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규석 사장은 “신기술 경쟁력과 고도의 실행력, 속도 삼박자를 갖춰 모빌리티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디스플레이·SDV 플랫폼·배터리 안전 기술 고도화 진행중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와 전장, 반도체,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사업 영역을 선도 기술 분야로 두고 집중한단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초로 홀로그래픽 광학 필름을 적용한 윈드쉴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는 차량 전면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5에서 처음 공개했다. 현재 독일 광학 기업 자이스(ZEISS)와 해당 기술을 공동 개발해 오는 2029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요소 기술의 개발에 잰걸음을 옮긴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든 기능이 활성화, 관리되는 차량으로 정교한 제어 시스템을 갖춘 통합 플랫폼의 기술력이 중시된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확보한 전기·전자 제어 솔루션(E/E Architecture) 역량을 발전시켜 다양한 고객사와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SDV 대응을 위한 통합 플랫폼 개발과 차량 실증 등 구체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 오는 2028년 이후 글로벌 고객 대상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전동화 분야에선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해 고객 경험 솔루션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 화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셀 사이 내화패드를 삽입한 격실 구조와, 내열·내화성 소재를 적용해 열 전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 중국·인도 신흥시장 공략 강화
이규석 사장은 작년 11월에 이어 이날 개최한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사업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정예화’해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액 8% 이상 신장, 영업이익률 5~6% 달성을 추진한다. 자동차 산업이 미국 관세 정책, 공급망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가운데 작년 발표한 수치 목표를 고수했다.
이를 위해 기존 제품군의 수익성, 시장성, 성장성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60여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종합 판단해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을 추진 중이다. 수요,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해 사업 수익성을 강화해나간단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수익성 사전 관리 프로세스도 더욱 강화한단 방침이다. 전기차 수요 일시적 둔화(캐즘), 제조 원가 상승 등 사업상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사적 손익 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핵심 제품 중심으로 투자와 연구개발 인원 등 자원을 집중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단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33년까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높인단 목표를 밝혔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선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인도 등 고성장 신흥시장에서도 수주 성과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규석 사장은 “현지 특화 사양 개발과 부품 공급망 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연초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현금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 전략적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 중이다. 이 일환으로 현금 배당의 총 규모를 작년 수준(5425억원)으로 유지하고, 중간 배당을 기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기 보유 자사주 소각 포함) 규모를 6100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이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 163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도 주주들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 시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