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곽재선 KG 회장 뚝심경영 通했다

곽재선 회장, KGM 인수 후 적자기업 벗어나 흑자 기조 유지 인수 초기 주문한 수출 확대 전략 맞아떨어져 ‘곽재선의 창’ 책 발간하며 경영 철학 담아

2025-08-27     박성수 기자
곽재선 KG그룹 회장. / 사진=KGM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무너지지 않도록 좋은 주방장이 돼 맛있는 요리를 세상에 내놓겠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토레스 출시 행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곽 회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 두 번째는 회사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사는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 세 번째는 믿고 맡긴 투자자들 신뢰에 보답하는 일이다”며 “쌍용차는 그동안 3가지가 조금씩 부족했으나, 이제 모두 힘을 합쳐 삼발이를 지탱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KG그룹의 쌍용자동차(현 KGM) 인수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쌍용차는 오랜 기간 적자에 허덕이며 재무 구조가 악화됐고, 한국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라는 세계 정상 수준의 자동차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어 회생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인수 초기 곽 회장은 KGM 회생 방안으로 ‘수출’과 ‘전기차’를 꼽았다. 앞서 KGM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후 수출이 크게 쪼그라들며 내수에 의존했지만, 곽 회장은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판단해 수출 확대를 주문했다.

곽 회장은 “현대차는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데, 쌍용차는 아직 국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가 큰 형님이라면 쌍용차는 이를 쫓아 해외 진출을 많이 할 것”이라며 수출 시장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KGM의 수출 시장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KGM은 유럽, 중남미, 중동 등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현재는 수출 판매량이 내수 대비 2배 이상 커질 정도로 성장했다.

KGM은 토레스 신차 성공과 수출 확대 등 영향으로 지난 2023년 16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 “경영의 최고수, 삶의 내공을 말하다”

1985년, 직원 네 명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 세일기공.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출발점이다.

이후 곽 회장은 40년만에 19개 가족사를 거느린 KG그룹의 수장이 되었다. 그는 시화에너지, 옐로우캡, 에코서비스코리아, 이니시스, KFC, 동부제철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KGM, KG케미칼, KG이니시스, 이데일리 등으로 이어진 그룹은 어느덧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최근 40년 경영 내공을 담은 ‘곽재선의 창’이라는 책을 내며,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며 깨닫고 성찰한 것들을 전했다.

/ 사진=KGM

책은 그가 수십 년간의 경영 속에서 내린 냉철한 판단, 때로는 인간적인 고뇌와 흔들림을 담담히 기록한다. 동시에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사람과의 관계에서 길어낸 성찰이 담겨 있어 경영서를 넘어선 ‘삶의 보고서’라 할 만하다.

곽 회장은 사업을 “내가 쓰는 것 외에 하나 더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 타인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며,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철저한 계산과 기획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사업의 본질은 모두를 위한 ‘의무’라고 강조한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좋은 선배, 지혜로운 어른이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집필 의도로 밝혔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불과 몇 년 전 주목받던 산업이 몰락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기도 한다. 그 변화 속에서 그는 정답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때론 어렵게 찾은 답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을 힘겹게 풀어가는 누군가가 내일을 선택할 힘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 “변수를 상수로 만들어라”

곽 회장 별칭은 ‘경영의 최고수’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머리싸움에 밀리지 않는 ‘논리의 고수’로 불린다. 역사, 문화, 예술 등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그는 계열사를 ‘자회사’ 대신 ‘가족사’라 부르며, 기업을 단순한 이익의 수단이 아닌 인간 공동체로 규정한다. 기업의 역할은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통해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동차 산업을 통한 인생 비유다.

그는 KG모빌리티 경영을 “변수가 급증하는 고차방정식”에 빗댄다. 신차를 출시하기까지 수년의 준비가 필요하고, 부품 수급부터 환율, 전쟁, 자연재해까지 얘기치 못한 변수들이 얽힌다. 완성차를 내놓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성과가 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인생을 본다. 누구도 계획대로만 살아갈 수 없다.

인생 역시 변수로 가득하다. 치밀하게 세운 ‘플랜 A·B·C’도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 무너질 수 있다.

곽 회장은 “일이 잘 안 풀리면 사람들 늘 변수 탓을 한다. 잘 할 수 있었는데 돌발상황이 생겨 다 망쳤다고들 한다”라며 “하지만 이는 변수를 위로 삼아 잘못된 일을 정당화하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곽 회장은 변수를 언제나 발생하는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곽 회장은 “스스로 변수가 되라”고 조언한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