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NG·항공기 대규모 도입···한미, 조선·원전까지 ‘제조 파트너십’ 확대
HD현대·삼성중공업, 美 조선업·해군 MRO 협력 한수원·두산, 美 SMR·대형원전 프로젝트 동참 대한항공, 362억달러 규모 항공기 103대 도입 가스공사, 美 LNG 연 330만t 장기 도입 합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조선·원전·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광물 등 5대 분야에서 11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며 대규모 교차 투자가 가시화했다. 한미 양국의 제조업 협력이 ‘전략 산업 동맹’으로 격상됐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서 가스공사 계약을 포함, 양국 기업이 11건의 계약·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분야는 조선·원자력·항공·LNG·핵심광물 등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 보잉·다나허·오픈AI·구글 등 대표 기업인들이 대거 함께했다.
HD현대와 한국산업은행은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 MOU를 체결했다. 서버러스는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운영 중인 기업이다. HD현대는 이를 교두보 삼아 미국 내 조선·해양 물류 인프라 강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MRO) 및 선박 공동 건조 협력에 합의했다. 산업부는 “한국 조선사의 참여로 미국 군함 정비·현대화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설계·건설·운영·공급망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뉴스케일·테라파워와 함께 ‘미국 3대 SMR 개발사’로 꼽히는 엑스에너지와의 첫 공식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수원, 삼성물산은 민간사업자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 원전 건설 협력 MOU를 체결해 미국 대형 원전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한수원은 미국 우라늄 농축업체 센트러스와 설비 투자 참여에도 합의했다.
대한항공은 보잉과 103대의 차세대 항공기 도입(362억달러) 계약을,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엔진 구매·정비(137억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으로는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발표된 보잉 50대 구매 건과는 별개다.
한국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오는 2028년부터 10년간 미국산 LNG 연 330만t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연간 약 33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구매 계약을 맺고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에 나섰다. 방산·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 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한미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기업들에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