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시험대 오른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

환경·안전 논란에 정치권·주민 압박 고조 경북도 타당성 조사 착수···사전 검토 성격 영풍, 환경부 통합환경허가 조건 상당수 이행

2025-08-23     정용석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제련소. / 사진=영풍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를 두고 ‘이전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환경부 장관이 직접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존속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실제 이전이 가능할지, 또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공존한다.

◇ 장관 발언으로 불붙은 이전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달 초 봉화군 석포면 제련소 현장을 직접 찾아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만큼 수질오염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전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오염 저감 설비 보강과 사후관리 강화에 머물렀지만 환경부 장관이 이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여야 역시 대선과 전당대회에서 낙동강 수질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주민들은 집단 손배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정치권·주민·환경단체가 모두 이전론에 힘을 싣는 형국이다.

경북도도 발맞춰 지난 28일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향후 1년간 이전 필요성 검토, 비용 추산, 환경오염 예방 대책, 후보지 발굴, 기존 부지 개발방안, 오염지역 복원, 해외 이전 사례 분석 등을 진행한다.

다만 이번 용역은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박창욱 경북도의원은 “폐쇄만이 답은 아니다. 기업을 살려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전은 지역 경제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쉽게 추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용역은 실효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 검토’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폐쇄·이전과 정의로운 전환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 토양정화 불이행 논란···“의지 없다” vs “물리적 한계”

환경단체와 지역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는 대목은 토양정화 불이행이다. 봉화군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제1공장 이행률은 16.0%, 제2공장은 4.3%에 불과했다. 올해 6월 말까지 완료해야 했지만 사실상 기한을 넘겼다.

2015년 첫 정화명령 이후 10년 가까이 연기와 소송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환경부와 봉화군은 이를 불이행으로 보고, 최대 10일간 조업정지와 형사고발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정화 명령 구간 상당수는 건축물과 설비 아래에 있어 굴착기가 들어갈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빈 부지 등 가능한 구간에서는 목표치의 200~300% 이상 달성한 곳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2021년 지하수 차집시설을 완공해 오염 확산을 차단한 만큼 환경적으로는 토양정화와 동일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법적 의무 이행은 최대한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기호 영풍 대표 겸 석포제련소장이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Re-Start 선포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사진=영풍

◇ “추가 오염 가능성 낮아”···잔재물 제거·차단시설 설치 이행

영풍 측에 따르면 토양정화가 기한 내 이행되지 못한 것과 달리 아연 제련 잔재물(케이크) 제거는 상당 부분 이뤄졌다. 환경부는 2022년 말 인허가 조건으로 올해 말까지 케이크 전량 외부 반출·처리를 명령했다. 영풍 측은 693억원을 충당부채로 설정하고 “상당 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토양정화와 달리 기한 내 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풍 측은 “추가 환경오염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1년 세계 제련소 최초로 폐수를 전량 재이용하는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외곽 3km 구간에 차수벽과 지하수 차집시설을 설치해 오염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했고, 공장 바닥에는 삼중 차단 구조를 적용했다. 환경부가 부과한 103건의 조건 가운데 97건도 이행 완료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기업 사업장을 정부가 공권력으로 강제 이전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유지 수용이나 공공시설과 달리 사기업 이전은 기업의 동의와 재정 지원, 지역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실효성은 행정 의지뿐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