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효과 끝?”···살아나는 억대 수입 법인차
올해 억대 법인차 판매 작년보다 21% 늘어 BMW·벤츠·포르쉐가 시장 견인···포르쉐는 전년대비 64% 성장 연두색 번호판 실효성 문제 다시 도마 위···새로운 부의 상징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고가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법인차 판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연두색 번호판을 통해 고가 차량의 무분별한 법인차 남용을 막으려고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1억원 이상 법인차 판매량은 2만3091대로 작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지난해 억대 법인차 판매량은 연두색 번호판 효과로 인해 전년대비 32% 줄어든 1만9028대에 그치며 주춤하는 듯 했으나, 곧바로 판매량이 증가하며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억대 수입차 시장 내 법인차 비중도 작년 54%에서 올해 58%로 약 4%p 상승했다.
억대 법인차 시장은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포르쉐코리아 3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BMW 억대 법인차 판매는 8383대로 전년대비 13.3% 늘었으며, 벤츠는 7018대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포르쉐는 3641대로 전년대비 64.5% 늘었다.
BMW와 포르쉐의 경우 브랜드 전체 성장률보다 억대 법인차 증가율이 더 높았다. 같은 기간 BMW 전체 판매는 전년대비 7.9% 늘었고, 포르쉐는 48.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억대 법인차 시장 내 비중은 BMW가 36%, 벤츠 30%, 포르쉐는 15% 등을 기록했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전체 브랜드 판매량 6777대 중 억대 법인차가 3641대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포르쉐는 작년 연두색 번호판 등 영향으로 법인차 판매량이 줄어들며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는데 올해엔 법인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다시 브랜드가 성장, ‘1만대 클럽’도 가능할 전망이다.
◇ 연두색 번호판 실효성 논란 현실로
연두색 번호판은 작년 법인차의 사적 남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진한 정책이다. 법인차에 밝은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적용해 쉽게 식별이 가능해지면 사적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법인차들이 기업 대표나 가족,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고가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눈에 잘 띄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될 경우 주말 사용이나 마트, 여행지, 휴가지 등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정책을 시행했다.
당초 연두색 번호판 정책은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일각에선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억원대 슈퍼카에 연두색 번호판까지 달려있다면 이는 기업 대표나 임원급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또다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는 데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특권층이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다닌다는 잘못된 시각을 줄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부 차주들은 연두색 번호판이 화려한 색상이 많은 고가 스포츠카들과 어울려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고가 수입차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 차주는 “번호판 색상이 바뀐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며 “람보르기니와 포르쉐는 오히려 차량 색상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연두색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차주들이 눈치를 볼 필요가 적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 금리 인하 영향도
고가 법인차 판매 확대는 연두색 번호판 의미 퇴색 뿐 아니라 금리 인하에 따른 구매 부담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 금리는 2.5%로 작년대비 1%p 하락했다. 통상 고가 법인차는 리스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 인하에 따라 리스 구매 시 부담이 줄어들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법인차 뿐 아니라 금리 인하로 억대 수입차 시장도 성장했다.
올해 1~7월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3만9360대로 전년대비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