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도 안 팔려”···경매 10건 중 2건만 낙찰
6·27 대책 이후 낙찰률·응찰자 급감, 강남권 유찰 속출 “현금부자만 살아남는다”···경매도 실수요자 중심 재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한때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할 수 있는 우회로로 주목받았지만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자금 조달 문턱이 높아지고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자 투자 수요가 빠르게 이탈하는 모양새다.
8일 지지옥션이 발표한 ‘7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은 95.7%로 전월(98.5%)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4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던 낙찰가율이 하락세로 전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도 46.5%에서 43.4%로 3.1% 포인트 떨어졌다. 응찰자 수도 9.2명에서 7.8명으로 줄어들며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평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 경매 낙찰자도 일반 주택 매수자와 동일하게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와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 금지,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조건 등 추가 규제도 함께 적용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3구의 충격은 더욱 크다.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의 낙찰률은 17.4%에 불과했다. 전월(75.0%)과 비교하면 57.6% 포인트나 급감한 수치다.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50.0%로, 전월보다 각각 33.3% 포인트, 31.8% 포인트 하락했다. 낙찰보다 유찰이 더 많은 상황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외면받는 자산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9.7%에서 87.7%로 2.0% 포인트 떨어졌고, 감정가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9.6%에서 91.5%로 8.1% 포인트나 급락했다. 인천도 평균 낙찰가율이 77.3%로 전월보다 1.7% 포인트 하락했고, 평균 응찰자 수는 6.9명으로 줄었다.
그간 경매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던 대표적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고가 아파트는 실거주 요건을 피하면서 취득할 수 있는 경매 물건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진 셈이다. 규제 강도가 높아진 만큼 경매시장 역시 현금이 많은 수요자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6·27 대책 이후 경매 낙찰에도 실거주 요건과 대출 제한이 적용되면서 고가 물건 위주의 응찰이 급감했다”며 “당분간 경매시장 열기는 더 식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