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투자자 운명 쥔 ‘리튬’ 가격, 추가 상승할까
지난 6월 초 바닥 찍고 27% 가량 상승 중국 공급 제한 움직임, 가격 상승에 긍정적 해석 전방산업 수요 회복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2차전지 주요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튬 가격의 상승이 업황 회복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급 구조조정 움직임이 최근 반등의 배경이 된 가운데 이번 상승이 단기 반등에 그칠지, 본격적인 추세 전환의 시작일지 주목된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금속시장(SMM)에서 탄산리튬(Lithium Carbonate 99.5%)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톤당 7만5300위안(1448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달 3일 장중 기록된 올해 최저가 5만9200위안에서 27%가량 오른 수치다.
리튬 가격이 긴 하락세를 이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움직임이다. 실제 리튬 가격은 2022년 11월 톤당 60만위안을 기록한 이후 공급 과잉과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케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이슈 탓에 급락세를 보였었다. 2023년 5월 한 달 동안 88% 반등하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리튬 가격은 2차전지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이 같은 상승이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리튬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리튬 관련 2차전지 기업들의 채산성이 개선되는 까닭이다. 통상 소재 업체는 원재료가와 연동해 납품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동안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급전직하한 바 있다.
우선 공급 과잉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가격 상승의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반등 역시 공급 측면에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공급 과잉의 진원지였던 중국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되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국 대형 리튬업체 장거광업(Zangge Mining)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 17일 장거광업의 차얼한(Qarhan) 염호 가동을 중단시켰다. 차얼한 염호는 중국 내 최대 염화 리튬·칼륨 매장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른 광물을 대상으로 채굴을 허가받고 미기재한 리튬을 채굴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리튬업계의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재경위원회는 지난 2일 ‘악성 저가 경쟁과 불공정경쟁’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는데, 이번 리튬 기업에 대한 규제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중국이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면 리튬 가격은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리튬 가격의 추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된 근거로 제시된다. 글로벌 시장 전체의 관점에서 공급 축소는 한계가 있어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는 2차전지 소재 변화 가능성도 리튬 가격의 리스크로 꼽힌다. 2차전지의 경우 아직 고착화된 소재가 없어 차세대 소재가 대중화될 경우 기존 광물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삼성선물이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인 CATL이 올해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발표하면서 기존 배터리 금속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었다.
이에 전방산업의 회복 여부, 업계 동향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2차전지 관련주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 위해선 리튬 가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방 수요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2차전지처럼 기술 변화에 민감한 성장주의 경우, 관련 기술 트렌드나 산업 구조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