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주식도 사들인 OK캐피탈···잇단 상장사 주식 매입 배경은

OK캐피탈, 계열사 보유 금융지주 주식도 잇단 매입 OK저축, 그룹 주식투자 주도했지만 보유 한도 문제 직면 OK금융, '선수' OK캐피탈로 교체···계열사 자금도 투입

2025-07-22     유길연 기자
/ 사진=OK금융그룹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OK캐피탈이 금융지주 주식에 이어 태광산업 지분도 거액을 들여 매입해 관심이 모인다.

대부업을 접은 OK금융그룹은 신사업 차원에서 최대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을 통해 주요 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경영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이 업권법에 의해 주식을 더 보유할 수 없게 되면서 OK캐피탈로 '선수'를 교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작업을 위해 OK캐피탈은 다른 계열사로부터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빌려왔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캐피탈은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보유한 태광산업 주식 2만5970주(2.33%)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주당 115만5000원의 가격으로  총 349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지불한 거래다. 이를 통해 트러스톤자산운용(2.96%)과 OK캐피탈(2.73%)은 태광산업 전체 지분 가운데 5.69%를 공동보유한다.

OK캐피탈은 트러스톤과 함께 태광산업에 대한 의결권과 주주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전망이다. 행동주의 전략을 시행하는 트러스톤은 지난 2021년부터 태광산업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촉구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태광산업이 공시한 3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OK캐피탈은 최근 상장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OK저축은행, 오케이넥스트 등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입한 것이다.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 뿐만 아니라 BNK·iM·JB금융 등 중형급 혹은 지방금융지주 주식도 사들였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은행 계열 금융지주 주식은 모두 가진 것이다. 

OK캐피탈이 주식 사들이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룹 신사업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OK금융은 대부업을 완전히 털어내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OK금융은 한양증권 인수에 참여하는 등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

이 외에 또 다른 신사업이 바로 주식 투자다. 이 사업에서 중추 역할을 한 곳은 OK저축은행이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지방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 결과 얼마 전 까지 iM금융지주(과거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였으며, JB금융의 3대주주로 이사회까지 진출했다. 

/ 자료=OK캐피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런데 OK저축은행의 보유 주식이 많아지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주식 자산을 자기자본의 50%를 넘겨 보유할 수 없다. 올해 1분기 OK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1조6105억원이다. OK저축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서 총 주식자산 규모가 자기자본의 50%인 약 8052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이달 8일 OK저축은행이 iM금융 주식 약 323만주를 OK캐피탈에 넘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주식투자 ‘선수’를 OK캐피탈로 교체한 것이란 관측이다. OK캐피탈은 최근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각 기업의 주식은 지분율로 따지면 2% 이하의 규모이기에 아직 보유 여력이 있다. 더구나 OK캐피탈 자체도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커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주식 투자 등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이 작업을 위해 OK금융은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OK캐피탈에 투입했다. OK캐피탈이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 오케이홀딩스대부로부터  총 2100억원의 자금을 빌려온 것이다. 이번에 OK캐피탈이 주식 매입을 위해 지불한 총 금액이 1841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을 모두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한 셈이다. 

OK금융은 주식투자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주가부양 정책과 맞물려 금융지주의 주가는 모두 크게 올랐다. 더구나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참여해서도 이익 규모를 늘리는 중이다. OK금융은 JB금융의 사외이사권을 확보했다. 더구나 OK금융은 JB금융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의 분쟁 속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JB금융은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번에 투자한 태광산업에서도 의결권 참여를 통해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OK금융이 지난해부터 한양증권 인수 전에 참여하는 등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트러스톤과 의결권 행사가 주효해 태광산업의 주가가 오르면 OK금융은 다른 기업 투자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OK캐피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