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이너가 직접 설계한 오피스

2025-07-22     Living sense

공간 디자이너의 오피스
공간을 만들던 이들이 머물며 스스로를 세우고, 서로의 동료가 되어가는 곳.

던에드워드 페인트로 채도가 낮고 세련된 컬러로 채색하고 구정마루 바닥을 시공해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드가 돋보인다.
모션데스크와 오피스 체어는 모두 베이셀 제품으로, 인체공학적이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마련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오피스는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다. 클라이언트를 맞이하고, 영감을 채우며, 동료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무대이자 내실을 다지는 공간. 18년 동안 공간 기획자로 일해온 엄지현 대표는 마흔이 넘어, 오래전 마음속 깊이 접어두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꿈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쿨 달앤스콜레 교육 과정과 파리 건축 투어를 거치며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깊은 유대를 쌓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공간 디자이너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태어난 공간이 바로 ‘디어마이베스트크루’다. 디어마이베스트크루는 공간 디자이너들의 성장을 함께 그려가는 플랫폼이다. “디자이너 기획사처럼 디자이너들의 성장을 돕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엄지현 대표의 바람처럼 이곳은 포트폴리오 제작부터 영업, 브랜딩, 마케팅,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디자이너들의 여정을 함께 고민하며 지원한다. 현재는 신진 디자이너, 주택 전문 디자이너, 수도권 진출을 준비하는 지방의 디자이너, 친환경 자재 유통 전문가 등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클라이언트를 맞이하고, 크루 프로필 책자를 통해 활동을 알리는 한편, 정기적으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협업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공간 역시 디자이너를 중심에 두고 섬세하게 설계됐다. 엄지현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빚어가며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공간 설계를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했다. 달앤스콜레 1기 수강생들에게 설계안을 받아 블라인드 심사를 거쳐 최종안을 선정했으며, 한정된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과 관계의 흐름이 유연하게 스며들도록 디자인을 완성했다. 공사는 단순한 시공을 넘어, 구성원들이 손발을 맞추며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디어마이베스트크루는 그 이름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크루가 되어 공간 디자이너들이 더 멀리, 더 단단하게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디어마이베스트크루 설계 노트
공간 디자이너를 위한 실질적이고 섬세한 오피스 설계 노하우.

인테리어 디자인 교육과정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게 된 엄지현 대표.

1. 한정된 공간일수록 ‘기능’과 ‘관계’를 함께 설계한다
좁은 공간은 단순히 용도를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간마다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이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흐름을 담아야 한다. 디어마이베스트크루는 상담과 미팅, 작업과 자료 확인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도록 레이아웃을 고민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기능이 분리되면서도 관계가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2. 컬러 블로킹으로 공간을 나누되, 긴장감은 낮춘다
색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설계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화이트 톤이나 무채색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공간이 단조롭고 경직돼 보일 수 있어, 디어마이베스트크루는 낮은 채도의 컬러들로 기능별 영역을 나누고 공간 전체에 부드러운 리듬을 더했다.

“컬러 블로킹은 작은 공간에 표정과 여유를 만들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어요.”

발로드라 씨마의 수납 가구로 샘플과 자재를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앞으로 지점을 늘려갈 계획이라는 디어마이 베스트 크루.

3. 클라이언트를 맞이할 수 있게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다
오피스는 공간 디자이너의 얼굴과 같다. 단순히 예쁘거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철학과 품격을 보여줄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작은 디테일에서도 완성도가 드러나기 마련. 구성원들이 파리 건축 투어를 할 때 구입한 그림이나 감도 높은 소품처럼, 공간은 디자이너의 무드보드이자 이야기가 되는 요소로 채워진다. 샘플과 자재를 자연스럽게 꺼내 쓸 수 있는 구조, 상담과 작업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동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공간은 디자이너의 태도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이유죠.”

4. 사랑방처럼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구조를 만든다
디어마이베스트크루는 디자이너들이 머물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개방형 배치와 24시간 출입, 편리한 교통과 주차 같은 실질적 조건까지 설계에 담았다.

“사람과 이야기가 스며들고, 서로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5.  설계 과정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철학을 담는다
공간을 단순히 완성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손발을 맞추고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도록 했다. 이 과정은 공간에 이야기를 더하고, 구성원들의 애착과 자부심을 키우는 힘이 되었다.

“공모를 통해 설계를 진행하고, 함께 시공하며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가 공간을 완성하는 힘이었죠.”


CREDIT INFO

editor    김소연
photographer    김잔듸·임수빈
취재 협조    디어마이 베스트 크루 dearmybestcr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