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LNG 자산 매각·유동화···배터리 지원나서나
LNG 발전소 유동화·터미널 지분 매각 병행···현금 6조 확보 SK온 투자금 상환 목적···E&S 수소·발전 기반 약화 불가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액화천연가스(LNG) 자산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발전소와 저장터미널을 외부에 넘기며 확보하는 현금은 모두 배터리 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산하 E&S 부문의 성장축이 급속히 약화되는 ‘내부 수혈’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자회사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민간 LNG 발전소 5곳 가운데 4곳을 대상으로 유동화 절차를 밟고 있다. 광양·여주·하남·위례 발전소가 대상이다. 거래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파주 발전소는 외국계 지분이 포함돼 제외됐다.
◇ 콜옵션 현실성 낮아…SK온 ‘수혈’ 목적 뚜렷
유동화 구조는 전환우선주(CPS) 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방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매각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해석이다. 메리츠금융 측은 6% 후반대의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콜옵션 행사로 향후 5년 내 우선주를 다시 인수해 경영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6%대 수익률 조건을 맞추려면 6조원이 넘는 자금을 5년 내 마련해야 하는데 SK온의 상황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시점에 진행 중인 보령 LNG터미널 지분 매각까지 완료되면 총 확보 자금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보령터미널 지분 50%를 넘기고, GS에너지와의 공동지분 구조도 정리할 계획이다. 터미널은 연간 EBITDA가 1800억원 수준으로,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사와 예비입찰은 8월 초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SK그룹이 LNG 자산을 정리하는 데에는 SK온의 재무구조 악화가 핵심 배경이다. SK온은 그간 공격적 증설을 이어가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올해 1분기 기준 SK온의 순차입금은 23조4659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32조8531억원)의 70%를 넘는다. 대규모 차입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분기에 2000억원가량이다.
◇ E&S, 껍데기만 남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E&S의 핵심 사업이 사실상 공백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화 대상 발전소 네 곳이 빠져나가면 남는 설비는 파주 발전소(1.8GW)뿐이다. 기존 5GW 규모의 발전용량이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국내 민간 발전사업 1위 지위도 내줄 가능성이 크다.
블루수소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28년까지 보령에 연간 25만톤(t)의 블루수소 플랜트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해 청정수소 발전구매계약(CHPS) 입찰에서 탈락한 이후 수요처 확보에 실패해 사업을 축소했다.
올해 초 보령시와 SK이노베이션 E&S 수소사업부는 대규모 생산을 통한 단가를 낮추고자 플랜트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전략도 검토하였으나 수요처 확보 불확실성과 인프라 투자 주체 간 이견으로 계획은 본격화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목표 생산량을 절반(12만5000t) 수준으로 줄여 재도전 준비 중이다. 하지만 LNG 공급의 핵심 거점인 보령터미널 지분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안정적인 연료 수급과 후속 설비 확장 여부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돼 사업 추진 동력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추진해온 도시가스, LNG, 전력, 수소 등 에너지 복합사업 모델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탈LNG’ 중심의 신재생 전환 사업만 남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