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강관, 상반기 ‘관세 폭탄’ 뚫었다···8월 이후 진짜 시험대
25% 관세에도 상반기 수출 소폭 증가···6월 반등하며 실적 방어 美, 스테인리스·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 제품은 수입 늘어 “알래스카 LNG 수혜 기대”···8월 이후 협상 결과에 업계 긴장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에도 한국산 강관 수출이 다시 반등하며 ‘관세 장벽’의 파고를 버텨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산업 확장과 맞물려 유정용 강관, 라인파이프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간 철강 관세 재협상 결과에 따라 장기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강관 수출, 6월 반등하며 실적 회복
17일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상반기 강관 수출량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강관 수출량은 94만9305톤(t)으로, 지난해 상반기(94만645t)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수출 규모는 줄지 않은 것이다. 월별로는 3월 17만9000t까지 상승했다가, 5월 14만9000t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했지만, 6월에는 다시 15만5000t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주목할만한 건 지난 3월 12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강관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수출 실적이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철강업계는 이를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수요,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의 연동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LNG 유정용 강관, 송유관 등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올라오면서 25% 관세에도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 美 철강 수입 줄었지만···고부가 강관 오히려 늘어
철강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는 미국 시장서도 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 제품은 몸값이 오르고 있다. 미국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철강 총 수입량은 146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다만 미국 내 생산이 어려운 철강재인 스테인레스 강관(69%), 라인파이프(35%), 유정용 강관(17%)은 지난해보다 수입량이 되레 늘었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러한 고부가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은 유정용 강관을 앞세워 미국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 꾸준히 물량을 공급 중이다. 특히 북미 셰일가스 및 LNG 시추 확대에 따라 강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오히려 “쿼터제 폐지로 오히려 수출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 국내 강관사들의 상반기 대미 수출 실적은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휴스틸 관계자는 “미국 내 강관 수요가 받쳐주고 있어 올 상반기 대미 수출 실적은 견조하다”면서 “관세 영향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LNG 시추 확대에 유정용 강관 주목···현지 공장도 한몫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국내 강관사들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알래스카 북부와 남부를 잇는 1300㎞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만 LNG 파이프라인 80만t, 그 외 기타 강관 수요가 4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관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품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강종별 전체 출하량 중 대미 수출 비중은 강관이 23.9%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유정용 강관은 97.9%, 송유관은 78.2%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강관사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연 25만t 규모의 미국 현지 공장 ‘세아스틸USA’를, 넥스틸은 연 12만t 생산능력을 갖춘 휴스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생산+한국 수출’이라는 이중 전략을 통해 고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 8월 협상에 운명 달려···“고부가 품목 유예 절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8월 종료 예정인 관세 유예 조치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철강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품목별 관세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 상호관세를 포함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 품목에 대한 세부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관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수출 통계는 단기적으로 수요 회복에 따라 실적을 방어한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에는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어 낙관만 하긴 어렵다”며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최소한 고부가 품목에 대한 별도 유예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