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기대했는데”···빌라·오피스텔도 주저앉았다
6·27대책 이후 거래량 빌라 62%·오피스텔 45% 급감 DSR 3단계·디딤돌 축소 여파···실수요마저 이탈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도 6·27대책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거래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와 정책대출 축소, 전세사기 불안 등이 겹치며 수요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디딤돌·버팀목 줄며 자금 부담 가중···스트레스 DSR, 사실상 추가 대출 차단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이날까지 20일 동안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빌라) 거래량은 9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 같은 기간(6월 8~27일) 2552건 대비 62% 넘게 감소한 수치다. 규제 회피처로 주목받았던 빌라 시장에서 거래 급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6·27 대책이 아파트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제한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규제를 덜 받는 빌라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특히 다세대·연립주택은 거래금액이 6억원 이하인 경우가 많아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이나 전세대출 제한 등 직접적인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풍선효과가 예상됐다.
업계에선 정책 대출 한도 축소를 실수요자 진입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6·27 대책과 함께 서민·실수요자 대상 디딤돌·버팀목대출 한도를 일제히 줄였다.
디딤돌대출은 신혼부부 대출 기준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축소됐고, 신생아 특례 대출도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다. 버팀목전세대출에서도 신혼부부(3억→2억5000만원)와 신생아 특례(3억원에서→2억4000만원)가 하향 조정됐다.
한도가 줄면서 자산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혼부부가 4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빌라를 구입할 경우 디딤돌 대출 한도 3억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3000만~1억5000만원은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취득세와 등기비용 등까지 더해지면 2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DSR 규제 강화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는 모든 대출에 높은 금리를 가정해 대출 한도를 계산한다. 기존보다 대출 가능액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예를 들어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이미 1억원의 신용대출을 갖고 있다면 주담대 한도가 수천만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전세대출이나 학자금대출, 자동차 할부까지 합산되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처럼 이미 여러 형태의 대출을 사용 중인 경우 이번 DSR 강화는 첫 집 마련조차 어렵게 만드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빌라 시장은 여전히 전세사기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깡통전세, 허위 시세, 중개 사기 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반복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빌라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 같은 신뢰 부족이 자금 여건 악화와 겹치며 수요자들이 시장 진입 자체를 꺼리게 만든 것이다.
◇ 오피스텔, 규제 제외 기대 무색…DSR은 동일 적용
오피스텔 시장도 거래가 위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360건으로 직전 20일간(6월 8~27일) 654건에 비해 45%가량 줄었다.
당초 오피스텔 역시 6·27 대책 주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거래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법적으로는 주택이 아닌 준주택으로 분류돼 6억원 주담대 한도나 전세대출 제한 등 일부 규제를 피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DSR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을 갖고 있는 경우 주담대 가능 금액이 크게 줄다보니 매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상품 특성과 수요 간의 괴리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실수요자들은 전용면적 59㎡·84㎡ 중형 평형을 선호하지만 오피스텔은 대부분 전용 20~30㎡ 소형 단일 구조가 많다. 실거주 여건이 떨어지고 가족 단위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려워 반사이익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규제를 덜 받는다는 이유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론 면적 한계와 DSR 부담이 겹쳐 실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가격이 낮다고 해도 결국 자금조달과 주거 적합성 측면에서 선택하기 까다로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 전반을 옥죄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규제의 빈틈을 메우기보다 실수요자의 주거 접근성과 자금 여력에 대한 정교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일괄적으로 조이다 보니, 원래 정책의 보호 대상이었던 실수요자들까지 밀려나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제론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