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국내산 수산화리튬 확보···에코프로이노 첫계약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탈중국 공급망 확보를 위해 SK온이 국내 조달 비중 확대에 나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에 따라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줄여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은 북미 사업 수익성 확보와 직결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SK온은 최근 서울 종로구 그린캠퍼스에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계약에 따라 SK온은 올해 연말까지 국내산 수산화리튬 최대 6000t을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차 약 10만대 분량에 해당한다.

확보한 수산화리튬은 국내 양극재 공장을 거쳐 SK온의 미국 배터리 공장에 투입된다. 양사는 향후 2~3년간 추가 공급계약도 연내 체결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미국 IRA 보조금 수령 기준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달 초 미국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는 이른바 ‘금지외국기관(PFE)’ 원재료 규제를 명문화한 MACR 규정이 포함됐다.

MACR은 양극재, 음극재 등 핵심 배터리 소재의 전체 원재료 비용 가운데 비(非) PFE 국가에서 생산된 원재료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는 규정이다. 기준치는 오는 2026년 60%에서 시작해 2030년 8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삼원계 양극재는 수산화리튬을 기반으로 제조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산화리튬 수입의 82.7%가 중국산일 만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조달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SK온은 이를 고려해 미국 엑손모빌, 칠레 SQM, 웨스트워터와의 리튬·흑연 공급계약을 이미 다수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국내 조달처까지 확장한 조치다.

박종진 SK온 전략구매실장은 “글로벌 정책 변화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경쟁력 높은 원소재 확보와 전략적 공급 파트너십 다양화를 통해 북미 사업 역량을 더욱 높이겠다”고 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2021년부터 수산화리튬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말 기준 한국과 유럽 합산 생산 능력은 3만 4000t이다. 향후 국내와 미국을 중심으로 오는 2028년 최대 7만 9000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온과의 공급계약이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AMPC 요건을 충족하는 안정적 소재 공급처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협약은 글로벌 배터리사 SK온에 수산화리튬을 처음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북미 및 유럽향 고객 확보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