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약종료 직전 1억 납품...다이슨코리아 갑질 논란
계약 종료 직전 대량 재고 납품·구입 강제 등 공정위 분쟁조정 접수 지아이홀딩스, 손해액 약 19억원 배상 요구…강제 매입 압박 주장도 불공정 행위 사실관계 확인·글로벌 기업 관련 선례적 판단 여부 주목 밴더사 지아이홀딩스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신청...다이슨코리아 “사실관계 일치하지 않아”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계약 종료 직전 대량 재고 납품, 구입 강제, 경영 간섭 등의 사유로 국내 유통업체 ‘지아이홀딩스’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다.
양사 간의 불공정 행위 관련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들의 유통 정책 및 계약 관행 등과 관련한 선례적 판단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본지가 입수한 지아이홀딩스의 ‘분쟁조정 신청서’에 따르면, 지아이홀딩스는 지난 5월 다이슨코리아에 손해액 19억1069만2864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다이슨코리아의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 각 목에서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인 구입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 간섭에 해당하는 행위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지아이홀딩스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1시 50분경 다이슨코리아 소속 담당자 김모씨는 지아이홀딩스에 방문해 계약 거절 통지를 한 바 있다. 해당일은 다이슨코리아가 발주한 총 9858만원 상당의 상품을 납품 완료(2024년 11월 28일)한 다음 날이다.
이와 관련해 지아이홀딩스는 “당시 발주 물량은 신청인(지아이홀딩스)이 2024년 12월 및 2025년 1월 이후 판매할 상품에 대한 입고였던 만큼 신청인은 당연히 피신청인(다이슨코리아)이 신청인과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발주 물량에 대해서는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 계속적인 미팅을 통해 결정했고,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당월 매입 계획서를 이메일로 보내며 상품 구매 요청을 하기도 했던 만큼 신청인은 피신청인과 계약이 종료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계약 종료 전 대량 재고 소진을 위한 다이슨코리아의 ‘일방적 기습 행위’라는 것이 지아이홀딩스의 지적이다.
지아이홀딩스는 대량 납품으로 과도한 재고를 부담하게 됐고, 계약 불발로 대량의 물량을 구매하기 위한 투입 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워졌으며 구매한 물량을 이전과 같은 유통 경로로 판매할 기회도 상실하게 돼 과도한 불이익이 초래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해당 물량은 일반적인 월간 평균 발주량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고, 일부 품목의 경우 다이슨 직영몰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정상 가격으로의 유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최소 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지아이홀딩스의 입장이다.
아울러 “계약당사자 간 요구되는 신의 성실 원칙에 위배된 행위이고,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는 신청인의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게 한 후 갑작스럽게 계약을 종료함으로써 신청인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한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비상식적인 거래 행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아이홀딩스는 “계약 해지 직전, 당사 대표이사와 법무대리인이 다이슨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다이슨코리아의 홍모 상무와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당시 다이슨코리아측은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오모씨의 행위들은 회사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판단이었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며, 일종의 ‘꼬리 자르기식’ 해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사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고, 다이슨 측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며 잘해보자’는 취지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하지만 면담 후 불과 며칠 만에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면담 당시 언급됐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계약서 조항에 ‘계약 만료(2024년 12월 31일) 30일 전까지 서면 통보가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반면, 다이슨코리아는 계약 종료와 관련해 사전 서면·이메일 통지 등이 아닌 당일 구두 통보를 했던 만큼 계약·절차상 흠결도 존재한다고 지아이홀딩스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다이슨코리아는 “계약 종료는 계약서 상 명시된 조건에 따라 서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전달됐다”며 “담당자가 계약 만료 공문을 직접 지참하고 방문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구두 통보 및 절차 누락은 전혀 없었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지아이홀딩스는 앞서 다이슨코리아로부터 강제 매입 압박을 받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아이홀딩스는 지난 2023년 12월 다이슨코리아 전 이사 오모씨로부터 ‘에어랩’, ‘공기청정기(BP03)’, ‘냉온풍기(AM09)’, ‘HD15(드라이기)’ 등 상품 매입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쟁조정 신청서에서 지아이홀딩스는 “(오모씨는) 당시 신청인이 자금 사정을 이유로 당장 구매할 여력이 없고, 구매 의사가 없다고 분명한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에어랩, 공기청정기(BP03), 냉온풍기(AM09), HD15(드라이기)에 대해 신청인이 위 상품들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향후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신청인이 자유롭게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독립적 선택권을 침해하는 객관적 상황을 조성했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저해한 경우인 바 명백하게 공정거래법상 구입 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아이홀딩스는 ▲저가 판매 강요 ▲다른 B2C 벤더사를 통한 간접 납품(우회 거래) ▲직영몰 염가 판매 ▲ 일방적 특판 거래 중단 지시 및 영업 표지 침해 ▲ B2B 채널 관리 소홀 및 핵심 채널 침탈 묵과 등으로 다이슨코리아가 불이익 제공, 경영 간섭 등 불공정 행위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슨코리아는 지난 4월 3일 내용증명을 통해 해당 행위들은 “오모씨 개인과 지아이홀딩스 사이의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고, 이에 지아이홀딩스는 “오모씨의 행위는 피신청인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고, 특히 적어도 오모씨의 사용자인 피신청인은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후 다이슨코리아와의 조정 협상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다이슨코리아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아이홀딩스는 밝혔다. 이는 지아이홀딩스가 다이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한편,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다이슨코리아는 “해당 건은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됐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거친 결과 다이슨코리아는 해당 민원이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