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피 패러다임⑥-끝] 국민 노후 대비, 코스피가 중심에 설까

국내 증시 체질 변화 예고에 노후 자산 운용 대안으로 부각 “노후 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 높아지려면 장기 상승 신뢰 필요” “자금 유입과 장기 투자 기반을 위해 절세 계좌 혜택 늘려야” 의견도

2025-07-14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5000피’(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로 향하는 국내 증시가 전 국민의 노후 대책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동성이 높은 주식은 은퇴 후 언제든 현금화하거나 배당받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비유동적인 자산 대비 노후 자산으로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과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금저축계좌와 IRP(개인형퇴직연금),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이른바 ‘절세 계좌’의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과 장기 투자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부동산에 기댔던 노후 자산, 코스피가 책임져줄까

부동산 시장의 ‘강남 불패’, 국내 주식 시장의 ‘개미지옥’ 같은 표현은 한국 사회의 자산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부동산은 장기간 가격 상승과 정부 정책의 뒷받침으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은 반면, 주식은 박스권 장세와 정보 비대칭, 금융위기 등의 경험으로 손실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결과다. 

이 같은 인식은 노년층의 자산 구성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한국자본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소득·자산 적정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자산 중 60% 이상이 부동산이었고 금융자산은 22%였다. 이 금융자산 중에서도 97% 이상은 예·적금으로 주식 비중은 극히 낮았다.

부동산의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노후 생활에 활용도가 낮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보유 주택을 연금화한 주택연금 제도가 있지만 상속과 월지급액 부족 인식 탓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연금 제도는 지난 2007년 도입 이후 가입 건수가 꾸준히 늘어 2023년 말 기준 누적 12만건을 넘어섰지만, 이는 전체 대상 주택의 1%대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새로운 노후 대비 수단이 될지 주목된다. 국내 주식에 부정적이었던 과거 인식과는 달리 국내 증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언제든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어 의료비·생활비 등 긴급한 자금 수요 대응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배당을 활용하면 정기적인 현금흐름도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주식을 활용해 노후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는 증시의 장기적인 성장과 맞물려 많은 백만장자 퇴직자를 배출한 제도로 꼽힌다. 실제 401k 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를 넘어서고, 연평균 수익률은 8~10%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퇴직연금은 지난해 기준 주식을 비롯한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이 17.4%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에서도 성과가 크게 갈렸는데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2.31%에 불과했다. 이는 예·적금에 치우친 안정적인 성과 추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 표=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2025년 6월 9일자 보도자료 캡처

◇ “코스피 우상향 신뢰 쌓여야”···“절세 계좌 혜택 확대도 필요”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일 경우 주식을 활용한 노후 준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과 예·적금 위주의 노후 자산 관리에서 주식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2030세대의 경우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후 자산을 증식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며 “국내 증시 역시 미국처럼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 기대된다면 노후 자산 관리에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코스피가 최근의 상승 흐름을 장기간 이어가기 위해서는 증시의 기초 체력 강화와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시를 구성하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동안 증시 저평가를 유발했던 할인 요소들을 개선할 수 있다면 증시의 장기적인 우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적 체질 개선의 경우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재명 정부는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을 완화하고 주식시장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앞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을 통과시켰고 자사주 의무소각, 배당 분리과세 등 정책도 추진 중이다.

국내 증시의 탈바꿈과 함께 노후 자산 관련 계좌의 혜택 확대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연금저축계좌, IRP, ISA에 대한 납입 한도 및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해 장기 투자 유인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시장 모두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우 국민 노후 자산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월 ‘신(新)NISA(소액투자비과세계좌)’ 제도의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비과세 기간을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하고, 연간 납입 한도를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누적 한도는 600만엔에서 1800만엔까지 세 배 늘렸다. 이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일본 증시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