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존도 줄이자···K건설기계, 신흥시장 주목
‘북미 특수’ 끝나자 수익성 동반 추락 인도·브라질 신흥시장 ‘투트랙’ 전략 HD현대, 건설기계 2개사 합병 효과 기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때 ‘북미 특수’에 힘입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두산밥캣과 HD현대 건설기계 계열사들이 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을 통해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력 시장이던 북미의 건설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출과 점유율이 모두 흔들리면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건설중장비 전문지 KHL는 최근 글로벌 건설기계 기업 순위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은 점유율 2.6%로 11위를 기록해 전년(10위)과 비교해 한 계단 내려갔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1.3%로 21위, HD현대건설기계는 1.1%로 25위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북미 시장 의존도와 직결된다. 두산밥캣은 지난 2022년까지 북미에서만 매출의 70% 이상을 올렸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도 북미 시장을 핵심 수익처로 삼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난 2023년까지 국내 건설기계 3사는 호황기를 맛봤다. 미국의 인프라 부양책에 따라 건설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높은 금리와 경기 둔화로 건설기계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두산밥캣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800억원대에서 지난해 8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양사 영업이익은 각각 55%, 25%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이 이어졌다.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6% 줄었고, HD현대건설기계는 22%, 인프라코어는 26.9% 각각 감소했다.
두산과 HD현대는 반등의 실마리를 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찾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인도 공장은 올해 1분기 가동률 127.1%를 기록했다. 1500대 생산 능력을 초과한 1906대가 출하됐다. 울산 공장의 가동률(36.6%)과도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인도 매출도 전년 대비 22% 증가한 160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산밥캣은 2028년까지 인도 시장서 약 8900대의 장비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도공장에 미니 굴착기 생산동을 증설했다.
브라질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의 1분기 브라질 판매량은 334대(+9.5%), 브라질 법인 매출은 501억원(+8.4%), 공장 가동률은 32.4%(+5.9%p)로 증가했다. 광산 채굴용 중대형 장비와 백호로더 등 고수익 제품군 확대도 진행 중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간 합병도 신흥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브라질 법인이 없지만, 내년 1월 HD현대건설기계와의 합병 이후에는 기존 브라질 공장에서 ‘디벨론(DEVELON)’ 장비도 현지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