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美 ‘조세 폭풍’ 속 AMPC 수익 단비될까

현지 생산 배터리 모듈에 적용되는 ‘AMPC’ 수익 커질 듯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우호국 관세부과 여지는 리스크

2025-07-08     최동훈 기자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 인접한 현대자동차그룹 신공장 HMGMA에 공급할 배터리팩(BSA)이 생산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자국 중심 조세 정책을 펼치는 미국에서 수익 확대 기회를 노린다. 전기차 배터리를 현지 제조한 기업에 적용되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는 현대모비스 수익을 늘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지 중심 공급망 재편 압박이 이어지고, 조세 정책에 따른 신차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점은 현대모비스가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상호관세 부과 유예, AMPC 등 미국 내 일부 조세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한국산 수입품목 전반에 대한 25%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당초 오는 9일이었던 부과 시점이 사실상 미뤄졌다. 한국 무역 대표부의 적극적인 협상 행보, 양국 간 긴밀한 통상구조를 고려해 미국 행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단 업계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기아, GM의 미국산 신차에 적용되는 원산지별 부품 비중을 나타낸 표. / 자료=산업연구원, NHTSA

현대모비스는 상호관세 부과 유예의 이점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미국에 공장 10개를 두고 조향, 램프, 샤시, 전동화 등 분야별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공장이나 협력사 공장에서 제작된 부품들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상호관세 영향권에 놓인 실정이다.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앞서 지난 5월 3일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기 시작한 25% 관세에 더해 이중 과세가 이뤄진다.

산업연구원이 인용한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는 미국 생산 차량 14종에 투입하는 부품 중 평균 36.2%를 한국산으로 조달하는 중이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로 납세 지출을 줄일 뿐 아니라 공급망을 재편할 시간을 번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 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양산되고 있다. / 사진=현대차 미국법인 공식 홈페이지 캡처

◇ 조지아·앨라배마 공장서 배터리 모듈 양산···“AMPC 수익 수천억원 예상”

AMPC도 현대모비스 실적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AMPC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등 품목의 현지 생산하는 기업에게 생산물량에 상당하는 세제혜택을 적용하는 제도다.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시 1킬로와트(㎾)당 35달러, 모듈 생산시 추가 10달러가 적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분기 미국에서 배터리셀을 생산해 적용받은 AMPC 혜택이 4908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4922억원의 대부분 비중(99.7%)를 채웠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조지아, 앨라배마 두 곳에 위치한 공장에서 배터리시스템(BSA)을 양산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셀 모둠인 배터리 모듈을 여럿 결합해 배터리팩으로 조립한 후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합쳐 BSA로 최종 완성된다. 업계에서 일컫는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BSA를 지칭한다.

현대모비스가 제작하는 배터리시스템(BSA).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 모듈을 생산해 현대차, 기아 등 고객사에 공급할수록 AMPC를 적용받아 성과를 확대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시설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전동화 사업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AMPC로 전동화 사업에서 반등할 계기를 확보했단 관측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의 미국 생산 전기차에 배터리팩을 납품하고 있다”며 “AMPC 수익으로 올해 1846억원, 내년 2872억원, 2026년 4050억원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 A/S 시장에서 부품을 다품종 소량 공급 중인 현대모비스가 가격 인상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모비스가 현지 공급 중인 A/S 품목 중엔 신차 개발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와 공동 개발한 제품도 있어 타사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멕시코 몬테레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 / 사진=현대모비스

◇ ‘자유무역지대’ 멕시코 공장도 상호관세 부과 영향권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신차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점은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부품사에게도 부담되는 요소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고 7500달러(약 1025만원) 적용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오는 9월 30일까지만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세액공제 폐지는 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차량 수요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업계에선 제도 폐지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품업체에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MPC 혜택이 상쇄될 수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가 현재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않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매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최근 신차 판매 인센티브의 확대를 예고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가격 인상에 관한 조치는 현재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연말까지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한 판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 CES 2025 현대모비스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실차에 장착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CES 참가를 계기로 글로벌 잠재 고객사들을 만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 사진=현대모비스

이밖에 미국이 북미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와 상호관세 부과를 하반기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현대모비스의 잠재적 리스크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멕시코 몬테레이 소재 공장에서 모듈, 램프, 전장 등 여러 품목을 생산해 미국을 포함한 북미 내 고객사에 공급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자동차 부품사들은 전방 산업(완성차 업계)에 대한 협상력이 약해 완성차 업체의 관세 부담 전가 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모비스는 실적 확대, 축소 요인이 혼재된 미국의 업황에 발맞춰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나간단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추가 관세 등 (미국 정책)에 대한 세부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