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우려 현실로····삼양사, JB금융 주식 처분

12만5000주 매도···밸류업·금융지주법 때문 JB금융 자사주 매입 늘면 최대주주 삼양사는 추가로 팔아야 JB, 자사주 우리사주조합에 넘긴 것도 '오버행' 우려

2025-07-03     유길연 기자
/ 사진=J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JB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주주인 삼양사가 JB 주식을 일부 처분했기 때문이다. JB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자, 삼양사의 지분율이 법적 상한선인 15%를 넘길 우려가 켜져 JB 주식을 매각했다. 이러면 시장에 주식이 다시 풀려 JB금융의 자사주 매입 정책의 효과가 반감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양사는 전날 JB금융 지분 12만5000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주당 2만550원씩 총 26억원 어치를 판 것이다. 삼양사가 JB금융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삼양사는 지난 1969년 12월 전북은행이 창립했을 당시부터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JB금융이 지주사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등 50년 넘게 주주로 동행했다. 

지분을 판 이유는 금융지주법 때문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동일인은 지방금융지주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반영된 조항이다. 그런데 최근 JB금융이 밸류업 정책을 수행하면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자 삼양사의 지분율이 올라가 15%를 넘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JB금융은 지난해 176만2840주(약 3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한 해 전도 284만7013주(약 300억원)를 사들였다. 이에 지난 2월 총 307만4922주를 소각했다. 그 결과 삼양사의 JB금융 지분율은 지난해 말 14.75%에서 14.83%로 상승했다. 더구나 JB금융은 올해 3월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이달 15일까지 추가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것도 소각되면 삼양사의 지분율은 더 오를 수 있다. 

/ 자료=J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에선 이번 매각으로 당초 지적됐던 JB금융의 오버행(대량 대기물량)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단 지적이 나온다. 발행주식을 줄인 만큼 다시 물량이 시장으로 나오는 탓에 JB의 자사주 매입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JB금융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JB금융은 삼양사를 비롯한 대주주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되 지분은 15% 넘게 보유하도록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지만,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지주법에 녹아들어 있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JB는 삼양사 지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직원 성과급 명목으로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문제다. 유상출연한 자사주의 의무예탁 기간은 1년이기에 JB금융은 임시방편으로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해당 물량은 시장에 풀릴 수 있기에 여전히 오버행 우려가 이어진다. 

특히 JB금융은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월엔 46억원을 나눠줬지만, 올핸 총 207억원을 유상으로 제공했다. JB금융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확대될수록 유상출연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것도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행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JB금융의 주가가 최근 상승세이기에 오버행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주가가 부진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