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평 청약에 현금 9억 필요···‘주담대 6억원 제한’ 영향

전세금으로 잔금 충당도 어려워져 청약수요 현금부자 위주로 재편 가능성 22개 단지 직격탄에 분양시장 냉기 우려···간발의 차이로 희비 엇갈린 청약단지도

2025-07-02     노경은 기자
서울의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청약 대기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목돈이 필요하게 됐고, 새 아파트 잔금을 전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조차 막히면서 청약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다.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공급 면적 기준)당 4568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로 환산하면 약 15억7800만원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수요가 6억원을 꽉 채워 대출받는다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현금 9억7800만원을 스스로 조달해야 청약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대출 가능 금액이 큰 폭으로 차이가 나면서 분양을 앞둔 단지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분양 단지에 대해서는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대출에 대해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영향이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와 성동구 오티에르포레는 각각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26일과 27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대출 규제를 피했다.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의 경우 최고가 기준으로 59㎡ 분양가가 12억7080만원, 84㎡는 16억9740만원이다.

반면 지난달 27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못한 단지는 중도금부터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영등포구 더샵신풍역·더샵르프리베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등은 대출 규제의 영향권 아래 들게 됐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단지는 대출 규제에서 벗어난 2개 단지를 포함해 모두 24곳 2만888가구다. 올해 하반기 분양을 앞둔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로썬 수요층 감소에 따른 미분양 우려에 청약 일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청약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현금 부자들의 내집마련에 유리한 상황이 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10억원 차익 무순위 청약이 예고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 84㎡ 타입은 2023년 분양 당시 가격인 13억800만원에 공급되는데 대출 규제 강화로 필요한 현금이 7억원가량으로 늘어 청약 수요가 줄어들 게 예상돼서다.

한편 규제 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가 잔금 대출이 6억원 이상이 가능하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려 했던 분양 계약자들도 불안한 상황을 맞는 건 마찬가지다. 전세 보증금을 받아 소유권 이전을 하는 경우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원천 차단돼서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없이 보증금을 자력으로 마련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수도권은 전셋값이 높아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오는 이달 입주하는 성동구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11월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12월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영향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