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부, '폐수누출' 현대오일뱅크 과징금 절차 재가동

2022년 1500억원대 과징금 사전 통보 후 처분 없어···"형사판결 기다려" 해명 '1심 판결로도 과징금 부과 가능' 심위의 자문 의견···최종 심의·의결 거칠 듯 부과 여부 및 시점 단정 못해···부과시 현대오일뱅크 측 행정소송 전망

2025-06-30     주재한 기자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HD현대오일뱅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환경부가 HD현대오일뱅크의 충남 대산공장 폐수 무단 배출 사안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2022년 6월 1500억원대 과징금 사전 통보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2년6개월간 지연됐던 처분 절차가, 관련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다시 가동된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과징금 부과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과징금 심의위원회에 자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30일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최근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 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았고, 과징금 부과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환경부장관 소속 자문기구다. 1명의 위원장과 15명 내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의위원회는 1심 형사판결만으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자문 의견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관계가 특정돼 심의·의결을 위한 최소한의 객관적인 데이터가 충족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절차는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 전 단계이며 과징금 부과 여부, 부과액,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환경부는 2022년 6월 현대오일뱅크에 약 1509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으나, 이후 후속 조치를 미뤄 ‘봐주기’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환경부 측은 “사전통지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형사판결 1심 결과를 기다린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폐수 배출 여부는 형사재판에서 1차적으로 정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HD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전 대표 등에게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측은 “폐수 증발은 법적 배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가 대기 중으로 증발된 점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환경부는 ‘배출의 방식’보다는 폐수의 ‘불법적인 배출’이 있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이 있더라도 이번 사안은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분쟁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폐수의 ‘배출’이 아닌 ‘재활용’에 해당하며, 계열사 공장으로의 이동 역시 기초적 처리가 이뤄진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형사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던 ‘대기중 증발’이나 ‘관로 이동’이 과연 관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재차 행정재판에서 다시 다뤄질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130만톤(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공장 내 가스세정시설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배출’했다. 또 2019년 10월24일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33만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배출하고,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폐수 합계 113만t 상당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원폐수의 재이동’ 및 폐수의 ‘증발’을 불법적인 배출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폐수처리장 신설비용(450억원)과 자회사 공업용수 수급비용(연 2억~3억원) 절감을 위해 이 같은 불법 배출을 감행한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