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6분기째 전망 부정적···기업 54% “매출 목표달성 어려워”

대한상의,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지수 조사 3분기 BSI 81···16분기 연속 기준치 하회

2025-06-29     김용수 기자
대한상공회의소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지표 /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와 새 정부 경제정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압박, 중동 불안, 내수 부진 등 삼중고에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의 상승폭이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영향을 받는 자동차, 철강 등 업종과 여파를 벗어난 반도체 등 업종 간 차이가 극명했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전국 제조업체 2186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3분기 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79) 대비 2포인트 상승한 ‘81’로 집계되면서 16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BSI는 지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BSI는 2021년 4분기(91)부터 16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다.

3분기는 수출(87), 내수(79) 모두 부진한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으로 내수기업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89)에 비해 중견기업(77)과 중소기업(81)의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집계됐다.

업종별 체감경기 전망은 관세 부담과 수출 실적에 따라 엇갈렸다. 관세 예외 품목에 해당하는 반도체(109), 제약(109) 업종은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반도체는 전 분기보다 22포인트 상승하며 1년 만에 기준치를 상회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 확대 등으로 수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화장품(113) 업종은 관세 영향에도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을 이어가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관세 적용 대상인 철강(67), 자동차(76) 업종은 지수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정유·석화 업종(72)은 산업의 구조적 침체 상황에서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기 전망이 크게 악화됐다. 비금속광물 업종(51) 또한 장기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 체감경기 전망에도 관세 영향이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100)는 지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식음료 업황이 개선되며 지수가 전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강원(97)도 여름철 관광 수요와 소비심리 개선에 대한 기대감, 식음료 업황 개선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지수가 선방했다.

반면 인천(63)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기계장비 업종 부진과 자동차·부품 관세 영향으로 부정적 전망이 강했고, 대구(64)·경북(69)은 철강업계 부진과 섬유산업 침체로 지수가 60대에 머물렀다. 경남(79), 울산(75)은 자동차 산업의 관세 부담과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부정적 전망이 강했다. 전남(83)도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수요위축과 공급과잉으로 침체되면서 호남권 중 지수가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매출실적 목표치 달성여부 및 대내외 주요 리스크 /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아울러 대한상의가 제조기업의 상반기 매출 실적을 점검한 결과, 54.1%가 매출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응답했다. 매출이 목표대비 10% 이상 미달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16.4%고, 10% 이내 소폭 미달에 응답한 기업은 37.7%에 달해 기업 절반 이상이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목표치 달성’에 응답한 기업은 33.3%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친 주요 리스크로 대내 요인 중에선 ‘내수 부진’(64.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반면 대외 요인으로는 ‘원자재가 상승’(30.9%)이 가장 많았고, ‘해외수요 부진’(23.8%), ‘환율 변동’(19.3%), ‘관세조치’(18.0%)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다소 개선됐지만, 관세부담으로 대미수출 감소가 현실화되는 등 기업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 경제정책 기대감이 내수심리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하반기 경기회복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 불확실성 완화, 규제·애로 개선과 함께 고효율 신제품 및 노후설비 교체 지원, 투자 촉진 인센티브 등 과감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병행해 민생경제와 기업심리 회복을 적극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