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절반 영업 마친 4대 금융지주, 호실적 ‘예약’
2분기 순익 기저효과로 소폭 감소 예상 상반기 기준으론 '급증'···10조원 육박할듯 가계대출 급증 영향···이자이익 증가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상반기 영업 종료를 앞둔 4대 금융지주가 이번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대출자산이 성장해 이자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실적이 주춤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익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치는 총 4조961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1687억원) 대비 4.0%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구체적으로 KB금융과 신한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5827억원(-7.5%), 1조4160억원(-2.4%)이고 우리는 8.0% 줄어든 88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은 3.1% 늘어난 1조78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줄어든 것은 일회성 요인 때문으로, 이를 고려하면 올 2분기에도 호실적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1분기 금융지주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과 관련한 대규모 충당 부채를 적립했는데, 홍콩H지수가 예상 밖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같은 해 2분기 충당금을 대거 환입한 것이다. 특히 KB는 당시 1200억원을 환입한 바 있다.
상반기로 따지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1분기 순익에 2분기 예상치를 더한 액수가 9조 970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6.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지주의 실적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가계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상상으로 대출 수요가 불어나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2일 기준 750조791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9979억원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6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5조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4조5337억원)과 5월(4조9964억원) 등 연이어 4조원 이상 불어났다.
대출자산이 크게 늘어나면 최근 시중금리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수 있다. 수익성이 떨어져도 대출 양 자체가 늘어나면 거두는 이자이익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 단순 평균치는 1.82%로 지난해 1분기 평균보다 0.07%포인트 내려갔다. 이 추세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엔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 시행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달 1일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시행된다. 이로 인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게다가 정부는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금융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대출 확대로 만회하는 방법이 있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 금융지주는 밸류업 정책을 이행해야 하기에 자본비율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자본비율이 하락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감소한다.
다만 하반기에 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 완료로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단 점은 변수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로 염가매수차익을 3분기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가매수차익은 A기업이 B기업 인수를 위해 지불한 가격이 B기업의 순자산 가치보다 낮으면 얻게 되는 회계상 이익을 말한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추산한 염가매수차익은 약 1500억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의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 중 하나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다”라면서 “하반기에 실적이 다소 주춤할 수 있겠으나 비은행 계열사들도 있기에 결국 한 해가 끝나면 순익은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