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소송 1심서 승소···法 “정관 위반”

2023년 9월 HMG글로벌에 발행한 104만여주 무효로 판단 법원 “HMG글로벌, 정관상 외국의 합작법인 아냐”···지배구조 분쟁 새 국면

2025-06-27     주재한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려아연과의 지배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영풍이 ‘신주발행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정관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으로 한정한 ‘외국의 합작법인(foreign joint venture)’에 해당하지 않는 현대차그룹 해외합작사에 신주를 배정한 것은 정관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무효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 부장판사)는 27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쟁점은 2023년 9월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합작법인 HMG글로벌에 104만5430주를 배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정당성이었다.

재판부는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출자한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관상 제3자 배정 요건인 ‘외국의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한 위법한 신주발행으로, 그 효력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영풍 “경영권 남용에 제동”···고려아연 “정권 해석 다툼, 항소”

1심 판결 직후 영풍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진이 지배력 유지를 위해 정관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행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주주권 보호와 정관 준수의 중요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 측도 “최대주주 측의 편법적 경영권 강화 시도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향후 경영 투명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은 “정관 해석에 대한 이견이 본질”이라며 즉시 항소 방침을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친환경 신사업을 위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진행된 유상증자였고, 법적 절차도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항소심에서 정관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보다 명확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고려아연 지배구조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신주발행이 최종 무효로 판단되면 HMG글로벌 측의 의결권 및 이사회 참여가 불가능해지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 우위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본안소송 외에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 가처분, 주총결의 효력 다툼 등 주요 사건들이 잇따라 법정에서 다뤄질 예정이어서 분쟁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