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배출 혐의’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 보석···불구속 재판 계속
1심서 징역형 선고 후 법정구속···서울고법, 보석 신청 인용 피고인들 “직접 배출 증거 없어”···‘증발 통한 배출’ 법리 쟁점 환경부, 1500억원대 과징금 예고···행정처분 여부 주목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유해물질 페놀이 함유된 공업용수(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는 최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달호 전 대표 등 피고인들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인정해 조건부 석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보석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보석심문은 지난 4월 30일 진행됐고, 약 두 달 만에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피고인 측은 유무죄 다툼이 있고 충분한 변론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1심 실형 선고와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고, 피고인들의 사회적 지위와 사건의 중대성을 이유로 보석을 반대했었다.
이 사건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배출된 폐수 130만톤(t) 상당이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공장 내 가스세정설비를 통해 대기 중 증발됐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또 페놀 함유 폐수 약 146만t을 자회사인 현대OCI,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무단 전송한 혐의도 포함됐다.
페놀은 맹독 물질로 소화기,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환경보전법 및 시행규칙상 페놀과 페놀류의 허용 기준은 페놀 1㎎/L, 페놀류는 3㎎/L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된 폐수에는 페놀 최대 2.5mg/L, 페놀류 최대 38mg/L가 함유돼 방지시설을 거쳐 배출돼야 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형사처벌의 대상은 실제 환경 오염 발생 여부가 아닌,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이 배출된 행위 자체”라며, “기체 상태로 증발됐더라도 배출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해석 모두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스세정시설을 통해 오염물질이 실제로 대기 중에 배출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대기 증발 행위를 물환경보전법상 ‘수질오염 배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고의성 부재와 위법성 조각 사유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2022년 이 사건과 관련해 1509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지한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행정처분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향후 처분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