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도 승소
서울고법 “의결권 제한 적법”···상호주 방어 정당성 재확인 본안소송·재항고 이어져 지배권 분쟁은 고착화 될 듯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한국 제련업계 1위인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정기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에서도 승소하며,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치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5-3부는 전날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정기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법 369조 3항에 따른 의결권 제한은 정당한 방어 행위로,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고려아연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보유한 영풍 주식을 ‘상호주’로 간주하고 의결권을 배제한 조치의 정당성 여부였다. 상호주 의결권 배제란 서로 상대 회사를 보유한 주식(상호주)에 대해 기업의 경영권 남용을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상호주 규제는 경영권 안정을 위한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며 영풍 측이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반,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이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의결한 ▲이사 수 상한(19인 이하) 설정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등 주요 안건이 그대로 유지된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를 예정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는 즉각 대법원 재항고 방침을 밝혔다. 영풍·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의 대주주로서 정당하게 행사한 주주권을 상호주로 제한한 건 법질서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의결권 제안이 위법한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본안소송에서 심리돼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대적 M&A 국면에서 고려아연이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한 결과로 평가된다. 앞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ESG 투자 등을 통해 주주친화 전략을 강화하고, 본안소송 대응과 대법원 심리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법원 재항고와 본안소송이 이어지며 양측 간 경영권분쟁은 당분간 고착 상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