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항공엔진 정비기지 인수···군용기 MRO 진출 ‘성큼’
글로벌 항공정비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미 국방부 정비 외주화 정책과 시너지 기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리스 전문 자회사인 한화에비에이션이 미국 현지의 항공기 엔진 유지·보수·정비(MRO) 전문 시설을 인수했다.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군용기 정비 외주화 전략과 맞물려 한화의 방산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비에이션은 최근 미국에서 제네럴일렉트릭(GE), CFM 인터내셔널 등 주요 항공엔진 제조사의 엔진 정비에 특화된 MRO 시설을 인수했다. 이 시설은 항공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인증인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 영국 민간항공청(UK CAA)의 인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한화에비에이션은 인수 기업명이나 규모, 인수 대금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프 루이스 한화에비에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는 한화에비에이션의 엔진 리스와 자산관리를 아우르는 수직통합 전략 구축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고객들에게 엔진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화에비에이션은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40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올해 2월에도 225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지난해 8월과 12월에도 주주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한화에비에이션에 각각 125억원, 432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미 국방부의 군용기 정비 외주화 정책인 ‘지역거점 운영 유지체계(RSF)’ 계획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작전 지역 인근 동맹국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항공기 정비 및 유지 보수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인사들이 방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등 국내 기업들을 방문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MRO 사업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독자 항공엔진 개발 역량 확보에 나선다. 현재까지 제작한 1만 대 이상의 엔진은 GE, 프랫앤드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주요 엔진 제조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한 제품이었다. 한화는 2030년까지 독자기술 기반으로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자체 개발, 생산해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한편 한화에비에이션은 7~8월 중 인수한 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한 뒤,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시설 명칭을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