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 탭' 내년 도입···통합검색서 AI 에이전트로 진화

쇼핑·금융 등 버티컬 에이전트 연동한 ‘통합 에이전트’ 역할 목표 구글 검색 시장 독점에 챗GPT 등장으로 위기 맞자 대응책 마련

2025-06-12     김용수 기자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왼쪽)와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가 12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강남에서 열린 가자간담회에서 네이버의 검색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네이버가 쇼핑, 금융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한 버티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사용자에게 끊김 없는 AI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 에이전트’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과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회사의 핵심 사업인 검색 사업이 위협을 받자,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내년 통합검색에서 별도 페이지 형태로 노출되는 ‘AI 탭’을 도입한다. 사용자와의 연속 대화가 가능하단 점이 특징이다.

12일 네이버는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차별화된 콘텐츠와 정보·쇼핑·로컬·금융 등 버티컬 에이전트를 결합해 통합 에이전트를 구축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네이버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대비 차별점으로 강조한 것은 버티컬 서비스다. 블로그, 카페, 지식iN 등 UGC 서비스를 비롯해, 쇼핑, 지도, 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약 27년간 구축한 검색 인프라를 꾸준히 고도화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색 사용자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는 다변화되는 사용자 검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웹 검색 색인 규모와 성능을 대폭 개선한 바 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생성형 AI 기술 확대로 정보검색에서 사용자의 복합 니즈를 해결하는 단계로 검색 외연이 확장 중”이라며 “네이버는 글로벌에서 몇 안 되는 검색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검색 인프라, 한국 사용자에 특화된 풍부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어 AI 검색 시장에서 차별성 확보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중 ‘AI 탭(가칭)’을 도입할 예정이다. AI 탭은 통합검색에서 별도의 페이지 형태로 노출된다. AI 탭에선 연속 대화 등을 통해 사용자 맥락을 더 깊게 이해하고, 추론과정을 통해 예약·구매·결제 등 최종 액션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AI 탭에서 ‘5살 아이와 제주도 갈 만한 곳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플레이스 에이전트를 통해 질의 맥락을 고려한 다양한 장소들이 추천된다. 추천된 장소를 선택해 코스를 요청하면 네이버 지도상에서 최적의 동선을 안내한다. 이후 일부 코스 수정을 요청할 경우, 전체 동선과 아이 동반, 주차 등 맥락을 고려해 대체 장소를 추천하고 예약까지 연결해 준다.

네이버는 통합검색에 도입된 ‘AI 브리핑’도 강화한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노출을 연내 약 20%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에 특화된 AI 브리핑을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AI 브리핑 유형도 확대된다. 해외 문서 번역 및 요약, 긴 영상 핵심 요약 등 다국어 지원 및 멀티미디어와 결합한 형태도 선보인다. 이렇게 도입되는 주제별 AI 브리핑은 향후 버티컬 AI 에이전트의 초석이 될 예정이다.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정보, 쇼핑, 로컬, 금융 등 각 주제별 데이터베이스(DB)와 서비스가 결합된 버티컬 검색의 강점을 살린 AI 브리핑은 다양한 버티컬 에이전트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향후 사용자의 검색 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 맞춤형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AI 검색 환경에서도 콘텐츠 창작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는 내부 프로젝트인 ‘AI 하이라이트 프로젝트(가칭)’를 준비 중이다. 일례로 AI 브리핑에 인용된 창작자 콘텐츠를 배지로 강조해 콘텐츠 유입을 유도하거나, AI 검색에 최적화된 출처들을 모아 소개하고 카페 가입, 이웃 맺기, 유료구독 등을 바로 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이용자경험(UX)을 구상하고 있다.

네이버가 AI 검색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 것은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 MS 등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점유율 조사 서비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57.82%로 지난 1월 67.4%에서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34.04%를 기록하며 지난 1월 26.4%에서 7.66%포인트 늘었다. MS가 운영하는 검색포털 '빙'도 4.19%로, 연초 대비 2%포인트 넘게 늘었다. 여기에 챗GPT,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가 검색 서비스의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상범 리더는 “사용자의 검색에 대한 시선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여전히 네이버를 주검색 서비스로 쓰고 있지만 챗GPT도 검색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잘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챗GPT의 월간방문자수가 지난 4월 기준 45억명인데, 생각보다 많진 않다. 여전히 검색이란 행위는 글로벌로 보면 구글의 월간방문자수가 927억명으로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검색 기술은 전 세계 시장을 구글이 독점 중이며, 품질 기술에 대한 연구는 구글이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거대언어모델(LLM)은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네이버의 힘만으로 구글을 따라가려고 했던 때보단 오픈소스 진영이란 우군이 있어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